이경일_칼럼니스트/자기계발서작가

우리 속담에 “남의 흉을 내가보고 남들이 내 흉 본다.”는 말이 있다. 사람 마음의 표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눈이다. 눈만 보고서도 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의 눈의 중요성을 말하는 말 중에 ‘몸이 열이면 눈이 구할(九割)’ 이라는 말은 신체 기관 중에 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한다. 불교에서도 ‘마음의 못이 맑으면 자기 부처가 보이고 용담 못이 맑으면 하늘 구름이 비친다.’는 말도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눈의 가치를 말한다. 

성경에서도 누가복음 6장41절에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는가.”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흉허물은 잘 보이는데 나에게는 관대하여 내 잘못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불안돈목은 사물을 보는데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돼지로 보이기도하고 부처님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말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李成桂)와 개국 왕사(王師)로 함께한 무학대사(無學大師)와의 대화에서 등장하는 유명한 고사성어다. 무학대사는 경남 합천 출신으로 속성은 박(朴)씨이며 이름은 자초이고 무학은 그의 법명이다. 무학이라는 법명은 불교 수행과정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번뇌(煩惱)을 없애고 열반(涅槃)의 경지에 오르면 더 배울 것이 없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태조와 무학과의 사이에는 여러 가지 일화가 있으나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꿈 해몽에서 시작한다. 어느 날 이성계가 시골 한적한 마을에서 자면서 꿈을 꾸는데 온 동네 닭이 우는데 ‘꼬끼요’하고 울었다. 그때 한 허름한 집에서 서까래 세 개를 등에 지고 나오는데 옆에 나무에는 예쁜 꽃이 피었고 그 꽃이 떨어지는데 마침 거울이 당에 떨어져 깨지는 소리를 듣는 꿈을 꾸었다. 

꿈이 독특해서 동네 해몽 잘하는 노파에게 꿈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입을 틀어막고 무학대사를 소개해 주었다. 무학을 찾은 이성계가 꿈 해몽을 부탁하자 온 동네 닭들이 꼬끼요 라고 우는 소리는 모든 백성이 ‘고귀위(高貴位)’라고 했으니 만백성의 높은 자리에 앉는다는 뜻이고 서까래 세 개를 등에 졌다는 것은 왕(王)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꽃이 떨어지는 것은 꽃이 지면 반드시 열매가 맺고 거울이 깨지는 소리는 큰소리치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해몽을 했다. 

1392년 조선을 건국하여 왕이 된 이성계는 도읍을 한양으로 옮기고 시국이 어느 정도 틀이 잡혀가자 만조백관을 모시고 잔치를 베풀며 무학도 함께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잔치가 무르익어갈 무렵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무학에게 농을 걸며 말을 던졌다. “오는 대사 얼굴을 보니 마치 돼지 같아 보입니다.” 무학의 답은 껄껄껄 웃으면서 “소승이 뵙기에 대왕은 꼭 부처님 같아 보입니다.” 그 말에 태조는 심드렁하며 “나는 대사를 돼지에 비유 했는데 대사는 나를 부처님에 비유하니 너무 군신의 예를 지키는 것 같습니다.” 이 말에 무학은 너털웃음을 웃으며 “그건 대왕께서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무릇 세상 만물은 부처님 눈으로 보면 모두가 부처님처럼 보이고 돼지의 눈으로 보면 모두가 돼지로 보이는 법이지요.” 이 말에 즐거웠던 자리가 긴장되어 태조의 눈치만 보고 있는데 태조는 파안대소(破顔大笑)하며 “하하하! 내가 젓소이다.” 하며 즐거운 잔치로 이어 갔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