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무슨 일이든지 순서가 있는 법이다. 우리 속담에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 묶어서는 바느질 못한다.’는 말이 있다. 반드시 바늘귀에 꿰어야만 바느질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일이란 순서가 있기도 하지만 모든 일에는 기초가 확실해야함을 말하기도 한다. 높은 고대광실(高臺廣室)도 기초가 단단하지 못하면 모래위에 지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반드시 낮은 곳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이 말도 같은 맥락이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 중에 ‘행원필자이(行遠必自邇) 등고필자비(登高必自卑)’ 라는 말이 여러 곳에서 보인다.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는 순서에 따라 기초를 튼튼히 해야 그 일을 이룩할 수 있다는 말을 함축하고 있다. 먼 길을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데서 부터하고, 높은 곳을 오르고자 한다면 반드시 낮은 곳부터 해야 한다는 것인데 물론 논리적으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안중근 의사가 인용해서 많이 쓰기도 했지만 본래 출처는 공자의 손자로 알려진 자사자(子思子)가 《중용》에서 한말이다. 중용은 철학서로 동양의 최고의 유교경전이라 일컫는 사서중의 한권이다. 중용 15장에(君子之道 辟如 行遠必自邇 辟如 登高必自卑) 먼 곳을 갈 때 반드시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고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이렇게 말하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가까운 곳을 건너뛰고 먼 곳을 갈수 있을까를 생각해서인데 처음 시작한 것처럼 힘 있게 활기차게 해 나가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시작은 호기롭게 했지만 가다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기초를 단단히 하라는 말도 된다. 

자사의 직접 제자는 아니지만 가르침을 이어받았다는 맹자도 비슷한 말을 한다.《맹자》〈진심〉편에서 군자는 아래에서부터 수양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바닷물을 관찰하는데도 방법이 있다. 반드시 그 움직이는 물결을 보아야 한다. 마치 해와 달을 관찰할 때 그 밝은 빛을 보아야 하는 것과 같다. 해와 달은 그 밝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그만 틈만 있어도 반드시 비추어 준다. 흐르는 물도 그 성질이 낮은 웅덩이라도 반드시 먼저 채우지 않고서는 흘러가지 않는다. 군자도 이처럼 도에 뜻을 둔다면 아래에서부터 수양을 쌓지 않고는 높은 성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고 했다. 

맹자보다 약 200년 전에 노자는《도덕경》에서 알아듣기 쉽게 표현을 했다. “아름드리나무도 붓털 같은 작은 새싹부터 시작하고, 구층 높이의 집도 한삼태기의 흙으로부터 시작하며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학문이나 진리의 높은 경지를 이해한다고 해도 아래서부터 시작하지 않고서 어떻게 참맛을 알 수 있겠는가. 기초공사를 튼튼하게 하지 못해 일어나는 대형 사고를 인재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벼락출세를 한사람들이나 갑자기 부를 거머쥔 졸부들이나 재벌 2,3세들이 갑질을 하는 행태를 보면 밑바닥 고생을 모르 때문에 교만하여 모든 사람이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위의 성현들이 말한 ‘등고자비 행원자이’는 기본에 충실하면 높은 대하(大廈:빌딩)도 무너지지 않고, 리더의 위치에 있더라도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므로 절대 붕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등고자비의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자기 꿈을 향해 차근차근 쌓아가므로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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