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칼럼니스트/자기계발서작가

군자(君子)는 어떤 사람을 말할까. 요즘에는 청년들과 소통도 잘 안 되고 케케묵은 옛날이야기나 하며 융통성 없는 사람을 연상하게 된다. 동양의 최고 경전이라고 하는 논어(論語)에 백번 이상이 나온다고 하니 동양에서는 군자를 많이 인용했다. 전통적으로 행실이 점잖고 덕이 많으며 학식도 높아 동양에서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군자라고 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젠틀맨(gentleman)으로 번역되었다고 하니 신사(紳士)정도로 본 것 같다. 지금의 군자는 리더(leader)로 보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으로 사료된다.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는 높은 벼슬에 올라 지위가 높은 고관을 군자로 지칭하기도 했다. 동양의 대표 경전이라고 엄선한 사서삼경(四書三經)에 군자의 행동에 대해 수 도 없이 나오고 군자가 들어가는 고사성어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도 그중에 하나인데 바람이 불면 풀이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눕듯이 리더의 행동은 아랫사람들의 본보기가 되니 항상 조심해야함을 말한다. 

윗사람의 위치에 있으면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아랫사람도 따라서 양심에 가책(呵責)이 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권력이 있어도 그 권력을 그릇되게 이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인적인 욕심만 채우려고 하면서 민초(民草)들에게는 착하게 하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춘추시대 말기 노(魯)나라 대부이면서 실권자였던 계강자(季康子)가 정치를 논하는 자리에서 공자에게 물었다. “만일 무도한 자를 죽임으로써 백성들을 바른길로 인도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공자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그대가 정치를 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사람을 죽인다는 말을 함부로 하는가. 그대가 솔선해서 착한 일을 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반드시 눕게 되어 있다.” 즉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을 한 것이다. 

공자가 계강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군자의 바람은 힘을 동반하지 않음이다. 또 하나는 민초들은 생명력이 있기 때문에 바람 불 때 눕기는 해도 꺾이지 않는 생명력이 있다는 말이다. 온화하고 따스한 바람이 불면 따라 누웠다가 다시 일어난다. 

윗사람이라고 함부로 행동하면서 따르지 않는다고 윽박지르고 겁을 준다고 해서 무조건 따르려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윗사람이라고 해도 먼저 자신이 솔선수범해야 함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의 리더들을 보면 권력이 있으면 자기는 예외로 탈법을 저질러도 괜찮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최고의 법률기관이라고 하는 국회의원들이 배지 뒤에 숨어 보호를 받으려고 한다. 말로는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면서 본인들은 숨는다. 불체포 특권을 주는 이유는 행정부의 부당한 억압으로부터 자주적인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국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국회의원의 대의활동을 보장한다는 의미였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것은 어린 아이도 안다. 날마다 만나면 싸우고 아무리 좋은 안건이라도 트집만 잡으려하니 우리나라 경제는 선진국에 진입하기 직전인데도 정치는 아직도 후진정치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500년 전의 공자님 말씀을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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