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온전한 주권자로서 대접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이승만 정권은 공도 많았지만 ‘독재’와 ‘부정부패’의 멍에를 쓰고 조국을 떠나야 했다. 4·19 혁명으로 들어선 윤보선 정권은 1년여 만에 군부 ‘쿠데타’로 물러나야 했다. 박정희 군부정권은 16년간이나 집권했다. 뒤를 이은 전두환의 8년 정권은 제대로 된 선거조차 없었다.

5·18과 6·29로 이어진 민주화 운동도 군부 정권을 밀어내지 못했다. 김대중과 김영삼의 후보 단일화 실패로 전두환의 ‘동지’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치욕적 역사를 썼다. 뒤를 이은 김영삼도 1993년 군부정권의 후예들을 등에 업는 ‘묘수’로 김대중을 이겼다. 과정과 방법은 어떻든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45년 만에 ‘문민정부’가 들어섰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가 된 것이다. 그리고 김대중과 노무현으로 이어지며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바로 섰다. 핏빛 선연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다. 

이 같은 역사를 모르는 국민은 없다. 피로 물든 과거를 되짚어보는 이유는 현 정권의 행태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역대 모든 정권에는 야당이 존재했다. 박정희에서 전두환과 노태우로 이어졌지만 모두 야당을 의식하고 국민 여론을 두려워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야당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야당의 견제와 감시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독주하고 있다. 30%대를 오르내리는 낮은 국정 지지율도 모르쇠다.

야당의 견제와 감시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독주하는 민주주의 국가는 없다. 독주는 독재와 다르지 않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정권 내부에서 충고나 쓴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속한 ‘국민의 힘’은 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는 정당이 됐다. 하라는 대로 한다. “안 된다”는커녕 “이렇게 하자”는 의견 제시조차 찾아볼 수 없다. 모두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듯하다.

윤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들의 의견이나 충고 따위는 필요 없는 전지전능한 대통령인가 묻는다. 정치인으로서는 초보다. 당연히 정치인으로서 배우고 알아야 할 것이 많고 또 많다. 경륜 있는 정치인들의 조언이 절실하다. 정치 경륜이 쌓인 정치인들도 실수가 있게 마련이다. 한 사람의 국회의원도 가볍지 않다. 대통령의 무게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윤 대통령은 정치 초보다. 참모들의 조언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참모들이 조언했다거나 조언을 구했다는 소식은 없다. 대통령 혼자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혼자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통령은 독재자다. 반민주적이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실패는 국가와 민생의 파탄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국정과 민생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국민의 뜻을 묻고 검증에 검증을 거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날리면”이냐 “바이든”이냐의 논란을 비롯한 실언이 거듭돼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말씀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천금보다 무겁다. 이랬느니 저랬느니 논란을 부르면 대통령은 물론 국격이 손상된다. 국가와 국민의 손해로 이어질 것은 물론이다. 

세계정세가 불안하다. 냉전 시대를 거쳐 평화를 구가하던 지구촌 곳곳에서 분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각국이 전쟁 발발에 대비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조용히 군비 확충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잠잠해진 동서 갈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만남이 빈번해지고 있다. 북한은 하루가 멀다고 미사일 발사를 해대고 있다. 미군 함대와 전투기 시위도 늘고 있다. 동서 갈등의 폭발지점이 한반도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휴전 상태에서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에 올랐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들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미국·일본과는 더욱 밀착하고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는 소홀히 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금치 못한다. 오르기는 어려워도 내려가기는 쉬운 법이다. 경제적 여건이 국내·외적으로 만만찮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리적으로 북한·중국·러시아와 인접한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전쟁 발발 가능성이 크다. 여야 협치가 사라진 국내 정치 때문에 더욱 불안하다. 난세에 여야 협치가 없으면 국론을 모으기도 어렵다. 대한민국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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