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광군은 과거 문화가 꽃피는 지역이었습니다. 일제의 압제하에서도 음악·미술·연극·문학 등 문화 활동이 활발한 역사를 썼지요. 그 역사의 맨 앞에 시조 시인 조운이 있었지요. 조운 선생은 영광에서 3ㆍ1 운동을 주도, 일경의 추적을 피해 시베리아 등지를 유랑하다 1921년에 귀향했습니다. 사립영광학원의 조선어 교사로 민족의식 고취와 향토문화 진흥에 앞장섰습니다. 매월 시조 짓기 대회를 열고 가람 이병기 선생 강연회를 여는 등 영광을 문화, 특히 문학이 꽃피는 지역으로 만들었습니다.

목포가 자랑하는 박화성도, 영광 출신 천재 시인 조남령도 영광에서 조운 시인의 가르침으로 태어났습니다. 영광 출신으로 목포 문학을 이끈 조희관 선생과 함께 청년회·영농회·토우회·추인회 등을 이끌며 영광에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반일 운동을 주도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해방 후 서울로 가 동국대에서 강의도 한 선생은 안타깝게도 정부수립 직후 월북, ‘사회주의자’란 멍에를 쓰고 생을 마감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영광 문화 발전의 선두에 섰던 조운 선생의 발자취는 우리 역사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석류’(투박한 나의 얼굴/ 두툼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와 ‘구룡폭포’ 등은 오늘날 한국의 문인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는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해지는 작품의 숫자도 어느 시인의 그것보다 많습니다. 

조운 시인을 필두로 조의현·조남령·정태병·조희관에 이어 수년 전 작고한 송영에 이르기까지 우리 영광은 빼어난 문인들을 많이 배출했습니다. 목포는 조운 시인의 제자라 할 박화성을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영광은 조운 선생 생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상태로 쇠락해가고 있습니다. 수년 전 영광군이 매입에 나섰으나 소유주가 팔지 않겠다고 하니 방법이 없습니다. 

영광군은 조운 선생 생가 대신 영광읍 남천리에 있는 조희관 선생의 고택을 매입, 영광 문학기념관을 지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3년이 넘어가도록 방치돼 있습니다. 토목이나 건축 공사는 빨리도 진행되는데 문학기념관 건립은 왜 이렇게 더딘지 안타깝습니다. 어느 지역보다 풍부한 문학 유산을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식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정지용 시인의 고향 충북 옥천은 시인의 대표작 ‘향수’가 군청 청사는 물론 시내 곳곳과 음식점 벽까지 걸려 있습니다. 시인의 이름을 딴 ‘정지용 문학관’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역경제의 효자 노릇을 하는 것이지요. 조운 시인을 비롯, 빼어난 문인들을 많이 배출한 영광군에 건의합니다. 영광 문학관을 하루빨리 건립하십시오.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낼 것입니다. 영광의 품격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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