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칼럼니스트/자기계발서작가

목숨 걸고 최고 책임자에게 행정의 폐단을 직간한다는 말로 중국 명나라 해서라는 사람이 정사를 소홀히 하는 세종을 보고 극간한대서 유래한 고사다. 해서는 명나라 인물로 향시에 발탁되어 지방관리로 있었다. 어느 날 어사가 학궁에 참배하러 왔을 때 모든 관리들이 엎드려 예를 갖추는데도 해서는 간단한 읍(揖)으로 어사를 대하며 “대관이 학궁에 참배하는 것은 예에 속하는 일이니 유생을 가르치는 이곳의 교사인 이 사람은 무릎을 굽힐 수 없다.”고했다. 

그 뒤 순안의 수령으로 옮겨서는 소박한 옷을 입고 스스로 곡물을 가꾸며 노복들에게는 채소를 가꾸게 해 자급하며 검소한 생활을 했다. 

총독 호종헌의 아들이 이곳을 지나다가 대접이 소홀하다며 역리를 거꾸로 매달아 모욕을 주므로 해서가 나서서 “지난번의 호 총독의 순시 때 지나친 행장을 금하라고 하셨다. 그 행장이 성대한 점으로 보아 이는 호공자가 아니다.” 하고 행장을 검색해 금 수천 량을 압수해 국고에 넣고 그의 부친 호종헌에게 보고했다. 호종헌은 괘씸하기 그지없었으나 차마 자식일로 벌을 가할 수는 없었다. 

도어사 언무경은 권세에 아부하며 뇌물을 거두고 사치하는 탐관이었다. 그가 순안을 순시하는데 해서는 대접을 간소하게 하면서 “고을이 작아 접대 능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 역시 불쾌했으나 해서의 명성을 아는지라 그대로 돌아갔다. 그 후 해서는 호부의 주사가 되었다. 명 세종 가정제가 제위에 오른 지 40년이 되었을 때였다. 세종은 정사는 뒤로한 채 장생불사의 신선이 되겠다며 후원 깊숙이 단을 설치하고 기도에만 전력했다. 아부하는 관리들은 태평성세가 나타날 상서로움이 보인다며 아첨뿐이었다. 이런 모습에 양최와 양작 형제가 세종에게 간했으나 고쳐지지는 않고 쫓겨남을 보고는 아무도 간하려는 자가 없었다. 

이때 해서가 나서며 “임금은 천하의 신민과 만물의 주인으로 그 책임이 막중합니다. 그 책임에 부응하려면 신하에게 맡은바 직분에 충실하게 하고 할 말을 하게 해야 합니다.” 

상소를 접한 세종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소장을 내던지며 당장 해서를 잡아오라는 추상같은 명령이 떨어졌다. 옆에 세종을 모시던 환관 황금이 말하기를 “이 사람은 본래 우직하기로 이름난 사람입니다. 이자는 죽기를 각오하고 관을 사들이고(市棺) 처자와도 이미 결별했으며 노비들도 흩어져 남아있는 자가 없다고 하니 도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세종은 던졌던 상소문을 다시 천천히 읽고 탄식했다. 스스로 병이 깊어 정사를 이끌 수 없다고 여기고 측근 서계를 불러 태자에게 양위할 것을 명하면서 “해서의 말은 모두 옳으나 짐은 이미 병이 들어 정사를 볼 수 없다.”고 하면서 해서를 파직하고 조옥으로 송치했다가 형부로 이송해 죄를 물으라고 했지만 죽이라는 말은 없었다. 

한편 호부의 사무로 있는 하이상은 세종이 해서를 죽이지는 않을 것으로 사료되어 석방을 건의했으나 석방까지는 허락을 하지 않았다. 두 달 후 세종이 죽고 목종이 즉위하자 해서는 바로 석방되어 대리승으로 승급까지 했다.

그는 남다른 용기와 지혜를 가진 인물이었다. 이 시대 우리나라에도 이런 충간을 서슴치 안는 자 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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