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칼럼니스트/자기계발서작가

미국의 아동문학가로 명성이 높은 허레이쇼 앨저(Horatio Alger)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하버드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해 정식으로 목사로 활동했다. 그러나 소년들을 대상으로 동성애로 인해 추방당하면서 뉴욕으로 진출해 120권의 가난한자들을 위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자기계발 소설을 펴낸 유명한 사람이다. 19세기 후반에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오늘날에도 ‘허레이쇼 앨저’라는 이름은 미국적인 성공의 꿈과 결부되어 자주 인용되며 ‘앨저상’을 제정해 지금도 수여되고 있다. 

앨저상을 수상한 미국인중에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토크쇼 여왕으로 등극한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를 꼽을 수 있다. 그녀는 처참한 빈곤의 늪에서 벋어나 성공한 미국의 토크쇼 여왕으로 유명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었다. 1947년부터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는 허레이쇼 앨저상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자수성가(自手成家) 한 사람 즉 ‘개천에서 용이 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앨저 협회는 기금을 마련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사업을 하며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에 신화를 유지하고 키워 나가는데 앞장서고 있는 단체다. 

허레이쇼 앨저는 1867년 본의 아니게 쫓겨나다시피 뉴욕으로 이주해 대표작인《가난한 딕(Ragged Dick)》을 선두로《구두닦이 톰》《빠져 죽을 것이냐 수영할 것이냐》《비상하라》 《행운과 용기》등과 같은 자기계발 소설을 120권 넘게 쓰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미국에서 억만장자가 된 윌리엄 클레멘트 스톤(Willeam Clement Stone)은 앨저의 책들을 탐독한 덕분에 큰돈을 벌수 있었다고 회고하며 1962년에 자서전을 출간했다. 앨저의 책은 미국사회에서 약 3억 권이 팔렸지만 당시 저작권개념이 신통치 않아 명성은 높았으나 가난은 면치 못했다. 결국은 자기 집도 마련하지 못하고 누이 집에서 얹혀살면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니 살아생전에 가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앨저의 소설들은 제목과 주인공은 서로 다르지만 이야기 전개와 독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판에 밖은 듯 같았다. 대략 줄거리는 시골 작은 마을에서 자란 시골 소년이 행운을 잡기위해 대도시로 가서 근면, 노력, 절약, 인내, 정직함 위에 행운으로 부자가 된다는 즉, 착하게 노력하면 성공을 할 수 있다는 평범한 논리다. 예컨대 《가난한 딕》에서 본다면 휘트라는 인물이 딕에게 “애야, 나는 네가 성공하고 출세하기를 바란단다. 이 자유국가에서 어린 시절 가난은 출세를 가로막은 장애가 되지 않아. 나는 아주 크게 출세하지는 못했지만 웬만큼은 출세했다고 말할 수 있단다. 그런데 나도 너처럼 가난한 적이 있었지.” 

미국의 역사가 프레더릭 알렌은 “지성적인 독자들은 대개 그의 성공 안내서를 쓰레기 취급해 왔다. 앨저가 쓴 소설들은 다소 평범하고 단조로우며 비현실적이기도 하면서 창의력이 부족하다.”고 이렇게 비판한다.  

“그는 결코 경제학을 중시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무척 미성숙한 정신의 소유자였지만 세기의 전환기 무렵 미국 기업가들의 사고에 모든 경제학 교수들을 합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수많은 미국 소년들에게 미국의 경제생활에 눈뜬 첫 계기가 호레이쇼 앨저였다.”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이야기이지만 미국사회에서는 당시 엘저의 소설에 열광했음은 사실이다. 가난해 통나무집에서 자란 가난한 아이가 대통령이 된다는 전통과 더불어 늘 미국인들을 매료시키는 신화였다. 그 신화는 최첨단을 자랑하는 오늘날에도 건재하다. 앨저는 소설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의인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가 살아있는 한 앨저의 명성은 사라지지 않고 미국인들의 꿈에 살아있을 것이다. 

사회심리학적으로 선(善)의 해석을 해보자면 앨저 콤프랙스는 이른바 생존편향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생존편향은 생존에 실패한 가시(可視)성 결여로 인해 비교적 가시성이 높은 즉 많이 보이는 성공한 생존자들 사례에 집중되므로 생기는 편향이다. 실제로 중도에 포기하거나 실패한 기록이나 통계는 보이지 않고 성공한 사례만 보이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성공한 사례를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한다. 

요즘은 개천에서 날 용은 이미 다 나버려서 용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말들은 열망을 기반으로 한 정책들이 실시되고 있는 건 대중의 앨저 콤프렉스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각개약진, 각자도생의 무한경쟁으로 해결하려는 집단의식이 지속되는 한 우리의 행복감은 바닥을 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개천의 미꾸라지이지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구축(構築)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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