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헌법은 이렇게 시작된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임을 이보다 더 명쾌하게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몇 명이나 스스로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하고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나 자신도 내가 대한민국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법은 좋은 것, 편한 것이다. 법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끔찍하다. 법은 우리를 지켜준다는 점에서는 좋고 편한 것이다. 고대의 법은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고 도둑은 그 손을 자르는 등 단순하고도 명쾌했다. 그런데 세월과 함께 인구가 늘고 문명이 발전할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그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법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있다. 

초대 이승만에서 15대 김대중 까지 대통령은 정치인이나 군 출신들이다. 변호사 출신 노무현과 문재인에 이어 검사 출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됐다. 노무현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법조인으로 정치에 입문,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같은 법조인 출신이지만 윤 대통령은 정치적 경륜이 없다. 마땅한 후보조차 없던 국민의 힘이 영입,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간발의 차로 따돌린, 그야말로 기적 같은 당선이었다. 

윤 대통령의 당선은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안 받아들일 수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윤 대통령이 민주주의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정치를 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마땅히 국민만 바라보고 민주주의 이념에 입각한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서 민주주의는 보이지 않는다. 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닌, 일당독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 경륜이 없는 만큼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독재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민주주의 공화국은 의회와 정부가 타협하고 조율하면서 나라를 이끌어간다. 물론 의회는 여야가 존재해야 한다. 여당의 독주는 상상조차 불허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야당인 민주당을 그림자 취급하고 있다. 의회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정치 체제를 사실상 부인하고 있다. 오랜 정치 경험이 있는 국민의 힘 소속 의원들은 민주주의 실현에는 관심도 없다. 대통령의 ‘박수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다. 대통령의 실언을 덮느라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다. 

윤 대통령은 사실상 정치 초년생이다. 정치 경험이 없는 것은 물론,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쩌다’ 대통령이 됐다.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이해조차 어설픈 상태에서 ‘어쩌다’ ‘갑자기’ 대통령이 됐다.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이해한다. 모르면 물어가야 한다. 그런데 자기 생각만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초보는 누구나 서투르게 마련인데도.

윤 대통령은 이제 검사가 아니다. 당연히 정치인으로 변신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도 검사처럼 하고 있다. 검사는 상명하복의 질서 속에 살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뜻을 알고 그에 맞춰 정치를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아직도 지시와 복종만 허용되는 검사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당연히 대통령다워야 한다. 자신의 소신을 펼치는 것은 소중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약점은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참모들의 도움을 받으면 해결할 수 있다. 그에 못잖은 약점은 자녀가 없다는 점이다. 보통 국민의 애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통령의 참모들은 대통령의 귀에 쓴 충언을 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경륜과 능력이 출중한 지도자도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야당을 그림자 취급하는 나라는 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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