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의 현대사는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한국전쟁 전후 희생자가 2만 명에서 4만 명에 달하는 역사 때문입니다. 인류 전쟁사에서 한 지역에서 2만 명 이상이 사망한 전쟁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국전쟁 전체 사망자가 13만7,899명인데 최소 2만 명이 사망했다 해도 엄청난 비극적 역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전쟁 때문에 숨진 사람도 많지만 보도연맹과 관련, 군경에 의해 사망한 경우도 적잖습니다.

이 같은 비극적 역사는 전후 영광을 슬프게 바꿨습니다. 보도연맹 관련 사망자 가족은 줄곧 경찰의 감시 대상이었습니다. 취업이나 진학에도 불이익을 받아야 했음은 물론입니다. 이같은 전후 상황은 문화가 융성하던 영광을 문화 불모지로 만들었습니다. 위계후 선생에서 조운 선생으로 이어지는 교육과 한글, 문화, 체육 등 활동이 끊긴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만 난무하는 역사를 썼습니다. 

문화 불모지가 된 영광에 정 종 전 동국대 교수께서 귀향, 영광의 과거 문화 재조명 활동에  나섰습니다. 가난하고 시력도 나빠진 학자는 작은 책자를 만들고 작고 보잘것없지만 영광 출신 문인들을 기리는 비석도 만들었습니다. 장서와 소중한 기록들도 적잖이 남기셨습니다. 정 교수님의 유지를 받들어 영광 출신 문인들을 재조명, 영광의 문학 발전을 위해 문학관 건립도 추진했습니다. 

김준성 전 군수 시절 영광군은 문학관 건립을 위해 조희관 선생의 고택을 샀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영광 문학관 건립을 위한 구체적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건립을 추진해야 할 영광군과 군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발생한 후꾸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엔 서로 나서면서 문학관 건립에 나서는 군수나 군 의원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문화에 관심이 없거나 무지하기 때문으로 읽힙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영광은 과거 문인들의 훌륭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훌륭한 역사를 미래 발전 동력으로 만들어가는 지혜가 아쉽습니다. 저는 우리 영광의 훌륭한 문학의 역사를 영광 발전의 동력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집 짓고, 길 내고, 도로 포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문화 발전을 통한 지역 발전을 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며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전북 부안의 신석정 문학관과 충북 제천의 정지용 문학관 등을 돌아본 적 있습니다. 방문객들이 외로 많은 데 놀랐습니다. 제천은 어디를 가도 정지용의 시 ‘향수’가 글씨로 비석으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문학관 방문객들의 발길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운을 비롯한 영광 출신 시인들의 작품도 당대 문인들이 감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영광 문화 창달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나아가 우리 후손들의 교육을 위해 영광문학기념관 건립을 영광군에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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