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왕의 후계자로서 차기 권력이 예고된 정점의 존재감을 지니고 있지만 역사를 돌이켜볼 때 그들의 삶이 늘 영화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참담하게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의 아들 루돌프의 비극적인 삶은 너무도 애절해 뮤지컬이나 드라마의 소재로 빈번하게 애용되기도 했다. 아버지의 눈 밖에 나고 시대로부터 버림받아 결국은 젊은 연인과 동반자살한 극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루돌프가 죽은 후 왕위 후계자가 된 프란츠 페르디난트 또한 세르비아에서 암살돼 1차 세계대전 발발의 원인이 됐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도 나라가 망한 후 유랑의 세월을 보내다가 쓸쓸하게 최후를 맞았다. 계승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재벌가의 아들들도 삶의 명암이 엇갈릴 때가 많다. 승계구도에서 밀려난 채 이건희 회장과 끝내 화해를 못하고 죽음을 맞은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도 ‘삼성 가 비운의 황태자’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을 지녔지만 세습의 권좌를 동생 김정은에게 빼앗긴 김정남이 얼마 전 이국의 공항에서 암살 당했다. 말레이시 당국에 의해 아직 전모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일 수 없다’는 엄혹한 권력 논리에 의해 김정은의 지시로 암살을 당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전제권력은 이처럼 때로는 피비린내 나는 결과로 이어질 때가 많다. 가족과 형제, 부부의 혈연도 그 대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김 정남 암살사건을 보면서 문득 허망한 상상을 해본다. 부모가 모두 돌아가신 후 박근혜 대통령이 장녀의 책임감 속에서 남은 가족들과 화유의 세월을 보냈다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같은 비극적인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