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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
중원(中原)은 거대한 중국에서 넓은 벌판의 한 가운데 중심부를 가리킨다. 고대부터 내려오는 주(周)나라의 세력 근거지로 한족의 생활영역 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황하 중남부를 말했는데 나중에는 남부의 양자강 유역까지 확대되어 지금은 중국 전체를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
여기서 주나라 왕권을 상징하는 사슴을 쫒는다는 축록(逐鹿)은 군웅이 제왕의 자리를 얻으려는 쟁탈전을 의미한다. 조금도 양보하는 것이 없으며 치열하게 뿔을 맞대고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는 각오로 싸우는 짐승들의 각축전(角逐戰)을 말한다.
이 성어가 유래한 곳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회음후열전편에서 나온다. 한고조 유방(劉邦)이 항우(項羽)와 초한쟁패를 거쳐 한(漢)나라를 건국한 후 11년이 지났을 때 조(趙)나라 재상이었던 진희가 대 땅에서 난을 일으켰다. 한고조 유방이 직접 군사를 지휘하며 정벌에 나섰을 때 이 틈에 이미 진희와 내통이 있었던 회음후 한신이 장안에서 군사를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사전에 발각되어 싸워 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진압되어 버린다. 한고조 황후인 여후(呂后)와 재상 소하(蕭何)에 의해 진압됐다.
한편 진희의 난을 평정하고 돌아온 고조가 여후에게 물었다. “한신이 죽기 전에 무슨 말을 하였소?” “괴통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분(憤)하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괴통은 한신의 책사로 고조가 항우와 겨룰 때 제나라의 옛 땅을 평정한 한신에게 독립을 권했던 책략가이며 언변이 좋은 전략가였다.
고조 앞에 잡혀온 괴통은 죽음이 앞에 있는데도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고 당당했다. “만약 한신이 내말을 들었더라면 오늘날 폐하께서도 그를 어쩌지 못했을 것입니다.”
고조 유방은 격노해서 괴통을 끓는 물에 삶아죽이라는 팽형(烹刑)을 내렸다. 그러자 괴통은 억울하다고 큰소리로 외쳤다. “신은 팽형을 당할만한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 진(秦)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천하가 어지러워지자 각지에서 영웅호걸들이 일어났습니다. 진나라가 사슴(鹿)을 잃음으로서 천하가 모두 이를 잡아 보겠다고 쫓았(逐)습니다. 그중 가장 유능한 발 빠른 걸물이 사슴을 잡았습니다. 옛날 도척의 개가 요(堯)임금을 보고 짖은 것은 요임금이 악인(惡人)이라 그런 것이 아닙니다. 개란 본래 주인이 아니면 짖기 마련입니다. 당시 신은 오직 주군이었던 한신만 알고 폐하를 몰랐기 때문에 주군을 위해 짖었던 것입니다. 군사를 일으켜 폐하처럼 천하를 노린 자는 많았습니다. 그러나 힘이 미치지 못해 목적을 이루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천하가 평정된 지금에 와서 천하를 노렸다 해서 삶아 죽인다면 이는 도리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논리 정연한 괴통의 언변에 고조는 놓아 줄 수밖에 없었다.
‘중원축록’이 주는 메시지는 경쟁과 싸움은 삶속에서 피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 속에서 이기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말인데 상황이 종결되면 서로가 용서하고 상생(相生)하라는 교훈이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경쟁을 했지만 승리했거나 패했거나 함께할 때 진정한 승리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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