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칼럼니스트/자기계발서작가

상대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상대의 속마음을 알아내는 기술을 말한다. 콜드 리딩을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스튜어디스도 넘어올 수밖에 없는 콜드 리딩의 위력”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의 화술” 등이 떠오른다. 일종의 독심술(讀心術) 같지만 다른 면이 있다면 상대의 말투를 비롯해 옷차림, 하는 행동 등 겉으로 보이는 정보를 토대로 상대방이 말하지 않는 부분까지 유추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부분에 숙련된 사람들을 콜드 리더(cold-reader)라고 지칭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보디랭귀지, 나이, 옷, 패션, 종교, 인종, 성별, 성적취향, 말하는 방식, 교육수준, 좋아하는 성향 등을 재빠르게 파악하고 상대의 속마음을 분석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콜드 리딩을 영화나 연극 분야에서는 주로 오디션 때 리허설이나 연습 없이 즉석에서 받은 대본을 큰소리로 읽어보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주어진 대본을 사전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에 아무 감정이 없이 낭독함으로써 배우와 연출 등 제작 주체들이 대본의 구성과 주제 개선 이미지의 성격 등을 편견 없이 파악 분석하고 랜덤(random) 하게 토론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의 콜드 리딩 전문가인 이시이 히로유키(Ishii Hiroyuki)는 《콜드 리딩: 전 세계 1퍼센트만이 사용해온 설득의 기술》에서 “콜드 리딩을 대화 속에서 심리적인 트릭(trick)을 구사해 생면부지인 상대의 마음을 간파할 뿐 아니라 미래의 일까지 예언하는 것” 이라며 말한다. “분명히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자신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심지어 미래까지 척척 알아맞힌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테크닉이다. 한마디로 내가 고객이나 상대를 만났을 때 그 순간에만 ‘점쟁이’ 행세를 하는 것이다. 콜드 리딩을 긍정적으로 사용하면 상대로 하여금 ‘이 사람은 나를 이해해 주고 있구나.’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정도가 되면 서로 신뢰관계가 자연스럽게 구축되어 간다.” 

이시이 히로유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콜드 리딩 기본 5단계를 이렇게 말한다. 첫 번째로 라포르(rapport)즉, 친밀관계를 구축하라. 두 번째,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끼게 하라. 세 번째, 상대가 품고 있는 고민의 주제를 찾아내라. 네 번째, 고민의 범위를 조금씩 좁혀 나가라. 다섯 번째, 미래를 예언하라 등을 제시한다. 심리학자 수준은 아니라도 거의 전문가 수준에 준해 보통 사람들이 이행하기에는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콜드 리딩의 방법 중 숏커닝(shotgunning)이 있는데 이는 산탄(散彈)총이 목표물을 맞히는 방법을 빗댄 말이다. 산탄은 내부에 수십 개의 총알을 넣어 격발 시 화약이 폭발하면 그 힘으로 구슬이 흩어져 날아가 목표물을 맞히게 된다. 여러 개가 날아가므로 명중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그럴듯한 말을 던지다 보면 그 중에 들어맞는 말이 나올 것은 당연하고 이런 말들로 인해 상대를 쉽게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의 에든버러 대학교 심리학박사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은 “콜드 리딩에 능숙한 사람은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말해줌으로써 당신의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이용한다.”며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점쟁이 행세를 하는 방법 3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치켜세우기: 그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먼저 하면서 시작하라. 둘째,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표현: 어떤 성격적 특성과 더불어 정확히 그와 반대되는 성격에 대해서도 말해주면 자기 자신에게 맞는 말에만 관심을 집중할 것이다. 셋째, 애매모호하게 말하기: 구체적인 말을 다양하게 던지는 것은 괜찮지만 일반적으로 말은 애매모호하게 하는 것이 낫다. 

콜드 리딩은 용도가 매우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 교육에도 유용하게 긍정적으로 쓸 수도 있다. 선행학습에 치중하는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이 스스로 감정을 읽고 다룰 수 있는 감정을 키워주는 게 더 급하다.”고 강조하며 “자녀 감정관리의 시작은 자녀가 지금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모를 때도 있고 때에 따라 부모에게 숨기기도 한다. 부모가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읽는 콜드 리딩을 할 수 있으면 자녀 상태를 체크하기가 쉽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솔직하게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전문가가 아니라도 알 수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실제로 정치인들도 콜드 리딩을 많이 이용한다. 유권자들이 듣기 좋은 말을 잘 알고 있으므로 애매모호하면서도 심지어 모순(矛盾)되는 말도 대중에게 던지고 본다. 한국 정치도 콜드 리딩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이유도 유권자들이 듣고 싶은 달콤한 말을 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숙명이며 피할 수 없는 속성이다. 우리들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정도가 너무 심해서 욕을 먹는다. 듣고 싶은 말을 많이 한다고 사랑받는 것도 아니다. 아첨(阿諂)의 속성은 원래 그렇게 부풀린다. 그래서 뒷감당을 해내지 못하고 결국 배신감과 환멸을 불러와 외면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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