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칼럼니스트/자기계발서작가

하나의 물건을 사고 나서 그에 어울릴만한 물건으로 구색을 맞추어 구매하며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을 ‘디드로 효과’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는 백과사전을 편찬해 지식의 대중화를 실현시킴으로써 프랑스 대혁명으로 나가가는 길을 열었던 사람이다. 그는 「나의 옛 실내복과 헤어진 것에 대한 유감」이라는 에세이에서 친구에게서 선물로 받은 실내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다 헤어지고 시시했지만, 편안했던 옛 실내복”을 버리고 새 실내복을 입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한 두주 후에 새로운 실내복에 어울리게끔 책상을 바꾸었고, 이어 서재 벽에 걸린 벽걸이 장식을 바꾸었으며, 결국에 모든 걸 다 바꾸고 말았다. 달라진 건 그 것 뿐만이 아니었다. 전에는 서재가 초라했지만 사람들이 붐볐다. 혼잡했지만 행복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지출은 그가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비용이었고 예전에 정이든 낡은 실내복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자신이 주인이었는데 선물 받은 새 실내복에 대해서는 지배를 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우아하고 질서 정연하고 아름답게 설비가 갖춰졌지만 자신은 우울해 졌다는 것이 디드로가 쓴 에세이의 요지다. 

바로 이 에세이를 통해서 ‘디드로 효과’라는 말을 학자들이 쓰기 시작 했다. 미국의 인류학자 그랜트 맥크래겐(Grant McCracken)은 1988년 출간한 문화와 소비라는 책에서 제품의 통일성, 즉 디드로 통일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제품 간의 연관성에 따른 소비 현상에 관해 말하였다. 예를 들면 자동차, 가구, 의류와 같은 문화적, 미학적으로 연관성이 높은 제품에 대해서는 한 제품의 구매가 통일성 있는 또 다른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기 쉽다고 보았다. 

이어서 디드로 효과는 미국 하버드 대학 여성 경제학자로 소비학 분야의 전문가인 줄리엣 쇼어(Juliet B. Schor)가 1998년에 출간한 《과소비하는 미국인들》에서 새 실내복이 새 서재를 만든 소비 상승 효과모델을 상세하게 분석한 후 점점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으며 사회생활은 물론 마케팅 분야에도 이용되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디드로 효과는 소비재는 어떤 공통성이나 통일성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示唆)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서로 어울린다는 말을 접목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이런 식으로 일관성을 지닌 사물들을 ‘상호 보완재’ 라고 하는데 디드로 효과는 개인에게 자신의 소비재  보완물에 문화적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고취시키는 힘이라고 생각된다. 

디드로 효과는 특히 명품 마케팅 전략으로 많이 이용되는 편이다. 명품 메이커들은 처음에는 어떤 물건이든 하나만 사게끔 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그 이후에는 소비자들이 알아서 이미 가지고 있는 명품에 어울리는 품목을 찾게 된다는 계산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색 맞추기를 이른바 ‘토털 패션’이라는 명목으로 구사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거기에 한층 더 소위 ‘크로스 브랜딩’이라는 전략까지 가세하여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예를 들어 렉서스 자동차에는 그에 걸 맞는 렉서스 라인이라는 코치의 가방시리즈가 있다는 방식이다.  

이른바 ‘토털 패션’이니 ‘크로스 브랜딩’이니 하는 전략은 어른들은 물론 이제는 어린이들 에게 까지도 적용되는 실정이다. 어린이를 위한 보석상점까지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마케팅 전략에서 나온 것들이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엄마의 패션과 아이의 패션이 어울려야 한다는 고단수 적전이다. 일본의 유아 연구소 소장인 다카야 히데오는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 옷을 자신이 입는 옷과 조화되도록 입히길 원한다. 그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위해 멋진 식탁용 식기류와 물건을 산다. 어린이들이 더 유행에 민감하다.”고 말한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은 ‘모두 일하는 협업’하는 의미인데 공동출연, 경연, 합작, 공동 작업등을 뜻한다. 서로 다른 두 브랜드가 만나 각자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1+1=2가 아니고 3을 넘어 5나 10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인데 이것도 ‘디드로 효과’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명품이나 패션은 합리적인 고찰의 대상은 아니다. 이런 것 들을 합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지 않는 사회현상에 대해 너무 ‘확증 편향’에 치우칠 수 있다. 정신과 물질에 대해서도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는 감각을 키우는 것이 우리에게 좋을 것이다. 물론 한쪽으로 치우쳐 사는 것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정되기는 하지만 타인의 치우친 삶에 경멸하거나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다만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면 세상이 넓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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