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내게 필요한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우리 속담에도 ‘남은 개떡으로 알아도 나는 끼니 삼는다.’는 말이 있듯이 남에게는 하찮게 보여도 나에게는 귀하다. 남은 하찮게 여기지만 제가 가진 물건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한데 물건에 대해서는 맞지만 능력이나 재주를 말할 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해라라는 식의 능력밖에 소유하지 못했는데 자기가 대단한 것처럼 남보다 앞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남보다 앞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정도가 지나쳐서 문제가 생긴다. 심리적으로 남자는 무려 84%가 여자는 79%가 본인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며 산다는 통계가 있는 것을 보면 누구나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고 산다는 이야기다. 학자들에 따르면 오히려 이것도 나쁘지 않은 사회라고 한다.

그러나 자기 집에서 쓰던 빗자루가 오래되어 몽당 빗자루가 되었는데도 천금같이 여긴다고 하면 아끼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그렇게 좋게 보일 리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이나 분수를 감안하지 않고 잘난체한다면 문제가 다르다.

중국 삼국시대 때 위(魏)나라에 조조(曹操)가 호령하다가 죽자 아들 조비(曹丕)가 초대 왕이 된다. 조조의 사랑을 받았던 칠보시(七步詩)로 유명한 조식(曹植)과 더불어 조비도 시부에 능한 왕이었다. 중국 최초 문학 평론서라는 전론(典論)에 있는데 원본은 전하지 않고 조비의 시가 문선(文選)에 실려 전한다. 남조(南朝) 양(梁)나라 태자 소통(蕭通)이 진한(秦漢) 이후 대표적인 문장가 130여명의 시문을 모은 책이다. 여기에 실린 조비의 시 중에 나오는 이시에 ‘폐추천금’이 나온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의 장점을 드러내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문학 양식이 다양하며 한사람이 모든 것에 두루 잘할 수는 없다며 각자가 잘하는 분야만 중시(重視)하고 부족한 분야는 경시(輕視)한다고 했다. 이 말을 인용해 비판하면서, 문학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그런 경향이 있다고 비유한다.

“속언에 자기 집안에 있는 몽당 빗자루는(家有弊帚) 천금처럼 여긴다(享之千金)고 했듯이 이것은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폐해다. 자기 능력만 뛰어나고 남의 재주는 보잘 것 없다고 업신여겨 깔보는 것을 문인상경(文人相輕)이라 하여 특히 문인들이 보통사람보다 더한다.”고 이 문장 앞부분에서 지적한다.

동서고금을 통해서 보면 나의 것을 아끼고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누구도 말릴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현재는 더욱 남보다 앞서고 뛰어나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경쟁 속에서 살아 왔으니 누구 탓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단지 지나치게 남의 것은 하찮아 아무데도 쓸데없다고 비하하며 얕잡아보는 것이 문제다. 남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독불장군(獨不將軍)’이라고 한다. 상대가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한다고 칭찬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부성이 조금 있을지라도 인간은 칭찬하면 좋아한다. 요즘 ‘사생결단’으로 맞서는 정치권을 보면 상대가 잘한 점이 보여도 절대 칭찬 하는 일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도 칭찬이 좋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으나 칭찬이 하기 싫은 것이다. 비록 서로 대척점에 있고 이념이 다를지라도 원수가 아니라면 칭찬이 있으면 밝은 사회가 이루어 질 것이고 발전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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