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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의 법칙(法則) 이야기<241> 사후 가정 사고 (事後假定思考)이경일 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영광군민신문 | 승인 2023.11.28 18:50 |

대형 마트에서 경품행사를 진행했다. 계산대 앞에 선 A는 10만 번째 고객으로 100달러의 경품을 탔다. B는 다른 마트 행사에서 100만 번째 고객 다음가는 100만 1번째 고객으로 150달러의 행운을 얻었다. 바로 앞 100만 번째 고객의 경품은 1000달러에 달했다. 

A와 B중 누가 더 행복할까? 대부분의 응답자는 100달러를 받은 A라고 말했다. B가 50달러를 더 받았지만 간발의 차로 1000달러 대신 150달러를 받았다고 아쉬워할 것으로 본 것이다. 미국의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의 실험에서 나온 결과다. 

이런 ‘간발 효과’는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받은 선수가 동메달 받은 선수보다 더 행복하지 못한 이유도 설명해 준다. 은메달 수상자는 간발의 차이로 최고의 자리 금메달을 놓쳤다고 생각하지만 반면에 동메달 수상자는 간발의 차이로 아무 메달도 받지 못할 것을 피해 동메달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을 준거집단(準據集團)의 개념에서 본다면 상대성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리스트를 준거집단으로 삼기 때문에 기분이 추락하고, 동메달리스트는 메달을 받지 못한 선수를 준거집단으로 삼기 때문에 기분이 올라간다. 은메달리스트는 “내가 만약 마지막에 아주 조금만 더 힘을 냈더라면, 내게 한번만 더 기회가 온다면 금메달은 내 것인데”라면서 자신을 금메달리스트와 상향 비교하지만, 동메달리스트는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와 하향 비교하는 것이다. 절대적 관점이 아닌 상대적 관점에서 사물의 가치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준거점 의존성은 단순한 가치 판단 뿐만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의 본질적인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뉴욕에 코넬대학 교수 빅토리아 메드백(Victoria Medvec)과 톨레도대학 교수 스콧 메디(Scott Madey)는 은메달리스트의 어두운 표정을 ‘사후 가정 사고’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들은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하계올림픽의 일부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의 표정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해 분석해보았다. 이때도 물론 동메달 리스트의 표정이 은메달리스트의 표정보다 밝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리스트를 보면서 “저기가 내 자리인데” 라며 아쉬워했고, 동메달 리스트는 “한바 터면 시상대에 오르지 못할 뻔 했네”라며 안도함을 대안적 사실로 유추했다. 그래서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경기직후 시상대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만일 내가 이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가졌다면 혹은 나에게 다른 결과가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어날 수도 있었던 사건에 대해 상상해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실에 반대되는 대안을 다시 음미해 보는 것인데 이런 생각을 가리켜 ‘사후 가정 사고’라고 한다.  

사후 가정 사고는 ‘상향적 사후 가정 사고’와 ‘하향적 사후 가정 사고’로 나눌 수 있는데 상향적 사후 가정사고는 실제 상황을 더 좋고 바람직한 상황과 비교하는 것이고, 반대로 일어난 사실이 더 나쁘게 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가정하는 것을 하향적 가정 사고라고 부른다. 

이미 우리에게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더 좋은 결과와 비교하는 상향적 사후가정사고는 잘못된 선택이나 행동에 대해 분석하고 반성함으로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에 하향적 사후 가정 사고는 일어난 실제 상황보다 더 나쁜 상황을 비교함으로 현재의 상황을 보다 긍정적으로 보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사후 가정 사고가 이분법적으로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도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있고, 막을 수 없는 것도 있다. 막을 수 있는데 일어나는 사고를 인재(人災)라고 하는데 항상 사고가 일어나고 나면 대부분의 조치가 책임자 처벌이다. 즉 예측할 수 있는데 사고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문책인 셈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조치들은 사고 당한 사람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미래의 사고는 막을 수조차는 없다. 그 이유는 사고 방지는 특정 책임의 예측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예방 노력에 따른 결과물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삶속에서 수많은 사후 가정 사고와 부딪치며 산다. 심리학자들의 조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하향적 사후 가정 사고가 더 바람직하다고 한다. 지금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작은 것에 감사하고 사는 것이 나에게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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