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입지자들은 출판기념회도 하고 행사장 등을 쫓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 내년 4월 10일이 선거일이니 당연한데도 지역민들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민주당 공천이 당선’이란 인식 때문인지 예전의 치열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당의 누가 당선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각자가 지지하는 특정 정당 후보가 없기 때문이겠지요.

호남은 ‘민주당 공천이 당선’이 수학 공식처럼 돼버렸으니 궁금증이나 기대가 없을 밖에요. 공천 과정이 끝나면 선거 결과가 뻔하니 선거가 치열할 까닭이 없습니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은 물론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지방선거도 대부분 중앙 정치권의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지방선거도 공천 과정이 끝나면 선거 결과에 기대나 관심은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영광을 비롯한 호남 전체가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면 사실상 선거가 끝난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게 뭡니까? 지방자치 일꾼을 선출하는데 중앙 정당의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지는 지방자치라니 우습기 짝이 없습니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중앙정치에 충성하지 않을 수 없는 제도 자체가 불합리하기 짝없지요. 정치권이 지방자치의 끈을 놓지 않는 제도는 진정한 지방자치가 아니지요. 무늬만 지방자치일 뿐입니다. 이 같은 우리 지방자치의 현실을 모를 까닭이 없는데도 중앙 정치권은 지방자치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니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은 요원합니다. 

무소속 자치단체장은 중앙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중앙 정치권의 협조가 없으면 지방 자치단체의 예산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니 중앙 정치권에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앙 정치권이 이 같은 제도적 결함을 모를 까닭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도와 법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은 자치단체에 대한 영향력의 달콤함을 버릴 수 없어서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진정한 지방자치를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낚는 것(緣木求魚)과 다르지 않습니다. 지방자치 실시 이래 “내가 지방자치에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얼마나 될까요? 주민을 지방자치의 주역이라고 생각하는 ‘자치 일꾼’이 있기는 할까요? 자치단체장들이 ‘주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고요? 과연 진정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을까요? 단체장들이 주민을 진정한 ‘주인’으로 섬기고 있을까요?

주민과의 대화는 거의 모두 각본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수렴한 의견을 개진하는 ‘자치 일꾼’이 있습니까? 제가 지켜본 지방자치는 지방에 권력자들만 양산하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단체장의 전횡을 막는 데는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진정한 지방자치는 중앙 정치권이 지방자치의 끈을 놓아야 합니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한 법률의 개정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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