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골경(骨骾)은 목구멍에 걸린 가시를 말하며 귀로 듣기에 괴로운 쓴 소리를 하는 신하를 ‘골경지신’ 이라고 한다. 욕심이 없이 맑고 깨끗함을 청렴(淸廉)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청렴함을 공직자의 기본 임무로 삼았으며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청렴은 모든 덕의 근원이며 부(富)의 바탕이라고 강조했다. 

청렴한 사람은 관리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주장하며 양보하지 않는 강직한 성품을 가졌다면 정말 본받을만한 사람이다. 강직한 사람이라도 자칫 잘못하면 쌓아온 명예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사람은 욕심이 생기면 강직이 사라지기 마련이라고 주자는《근사록(近思錄)》에서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에게 두려워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말하고 행동하는 신하를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불편하다고 비유한 고사성어가 골경지신이다. 직언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마치 목구멍에 걸린 가시같이 아프니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권력자가 아니어도 싫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권력자일수록 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쓴 소리다. 

생선뼈를 쉽게 굴하거나 양보하지 않을 만큼 강한 것을 말할 때 비유적으로 강경(强鯁)이라고 말한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자객(刺客)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춘추시대 말기 오(吳)나라의 합려(闔閭)가 왕이 되기 전 공자로 있을 때 나온 이야기다. 

그는 부왕이 자기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아 숙부들이 차례로 돌아가면서 왕이 된 것에 대해 불만을 품었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막내숙부 계찰(季札)이 왕위를 사양하자 둘째 숙부의 아들 요(僚)가 왕위에 올랐다. 공자 광은 오자서(伍子胥)가 야심을 알고 소개한 자객(刺客) 전제(專諸)를 후대하며 때를 노리던 중 요왕이 초나라를 치러 원정을 나가자 살해하자고 했다. 이때 전제가 말한다. “지금 오나라는 밖으로는 초나라에 고통을 당하고 있고 안으로는 조정이 텅 비어 있으며 용감하게 나서서 말할 믿을만한 신하가 보이지 않으니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즉 충성스런 신하가 없으므로 왕을 제거할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하자 거사를 일으켜 성공해 공자 광이 왕위에 오르니 그가 유명한 합려(闔閭)왕이 된다. 

또 약 천년 후 당 나라 때 한유는 쟁신론(爭臣論)에서 “사방의 사람들과 후방의 사람들로 하여금 조정에 직언하는 ‘골경지신’이 있고 천자께서 상을 잘못 내리는 일이 없으며 신하의 간언에 물 흐르듯 따르는 아름다움이 있음을 알게 하여” 라고 하면서 간의대부 양성이 정치의 잘못에 대해 직언해야할 직무를 다하지 못함을 비판했다. 여기에서 골경지신이 유래했는데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최고 권력자에게 듣기에 괴롭고 거북한 직언을 서슴지 않는 신하를 비유했다. 

지금은 민주화가 되었다고들 한다. 언론에서는 가끔 쓴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여야 가릴 것 없이 이 시대에 진정한 골경지신이 있는가. 지금도 나라가 발전하려면, 특히 정치가 발전하려면 목숨을 건 골경지신이 필요할 때다. 소위 측근으로 있으면서 귀에 달콤한 이야기만하고 쓴 소리는 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자기를 위한 정치인이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나라와 백성을 위한 정치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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