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다. 상대와 공통점이 있거나 공유하는 것이 많으면 호감을 갖게 되며 친절하게 대하고 편의를 제공 하고 싶어 한다. 자신과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심리학에서 ‘유사성(類似性) 효과’라고 한다. 
자신과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는 상대에 대해서 호감을 느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인데 서로 잘 모르는 사이라도 나이나 출신지역, 학교, 좋아하는 음식, 음악 성향 등 여러 가지 중에 서로 일치하는 것이 있으면 더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에 훨씬 쉽게 가까워 질수 있다. 

이러한 속성 중 공유하는 것이 많을수록 긍정적인 느낌이나 관계의 친밀도 역시 높아지기 마련이다. 처음 보는 사이에 공통점을 보면서 서로 친밀해 지는 것 낯선 모임에서 동향사람을 만나면 반가움을 느끼는 것 역시 유사성 효과로 볼 수 있다. 높은 유사성이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뒤따라야 유지될 수 있다. 경쟁이나 대결상황에서는 오히려 높은 유사성을 가진 상대방이 경계해야 될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호의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때는 실망감이 더 크게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가까울수록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유사성 효과가 나타나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인지부조화’를 들 수 있다. 자신과 비슷한 특성을 많이 가지는 상대방을 만날 경우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식이나 지향하는 주관에 부합될 가능성이 높고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많다. 반대로 자신과 공통점이 적을수록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지식체계와 불일치하는 면을 많이 발견하게 되어 부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자신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상대방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되면 자신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게 되므로 일부러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정치적 성향이라든지 경제수준, 학력 등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유사성은 물론, 선호하는 브랜드나 가수,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 등 일상적이고 덜 심각한 유사성 역시 서로간의 친밀감을 일으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사성이 높을수록 함께 나눌 대화의 화제가 풍성해 지고 경험을 함께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서로 맞장구치며 공유할 확률도 높고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서로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공유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친밀감이 높아져 이해심마저 높아진다는 것이다. 

원시시대부터 인류의 역사는 소규모 부족단위에서 시작된 것과 무관치 않다. 원시 공동체 사회에서 부족(部族)은 모든 문화와 가치관을 공유했으며 부족과 부족 사이에 갈등과 대립이 많았던 만큼 부족 내 구성원의 일치단결을 무엇보다도 강하게 이루었다. 편 가르기는 인류 공통의 심리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항상 우리 편인지 아닌지를 가늠하게 되는데, 유사성은 바로 이런 편 가르기의 가장 손쉬운 기준이 되어 버린다. 나와 이념이 다르거나 취미, 다른 가치관이 달라 지향점(指向點)이 다르면 일단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도 여기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지구촌에는 70억이 넘는 인구가 서로 기대어 살고 있지만 사실상 서로와 서로는 불투명한 장막으로 분리되어 혼자만의 감옥에 갇혀있는 셈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나’라는 존재는 어느 순간 소리 없이 사라질 수 있는 거품보다도 더 연약한 존재일 뿐으로 언제 소멸될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에 우리는 끊임없이 타자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 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기 보다는 마치 거울에 비춰보는 것처럼 타인의 내면에서 발견되어지는 작은 것들을 통해 확인 받고자 한다.  나와 공통점이 있는 타인의 내면에서는 그만큼 내모습의 반영을 발견하기 쉽고 나의 삶의 궤적이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시키기가 쉬워진다. 유사한 사람이 만나게 되면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의 정당성을 부여해 주므로 마치 옛 동지를 만난 것 같아 ‘서로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참으로 슬픈 인간의 운명을 엿보게 하는 것 같아 보인다. 얼마나 외롭고 위태로우면 나와 비슷한 타인을 통해 내 존재를 굳혀가야 할까. 모름지기 나와의 차이를 통해 내 시야를 넓혀가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나와 유사점이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오로지 나를 좋아하는 것이나 무엇이 다를까. 곧 나를 좋아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유사성의 굴레에서 벋어 나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지 한번 살펴보자. 가까운 사람들 중에 나와 다른 점이 많은데도 서로 좋아한다면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만 주위에 있다면 스스로 장막에서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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