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중국 역사상 한나라는 약 400여년을 이어오는데 중간에 왕망이 이끄는 신나라가 약 15년간 존재한다. 한나라 왕조를 찬탈하고 신나라로 있을 때 한나라 후예였던 유수는 왕망의 신나라를 무찌르고 후한을 설립하게 된다. 후한을 설립하고 나라가 어느 정도 틀이 잡혀가는데 광무제 유수에게는 호양공주(湖陽公主)라는 일찍이 과부가 된 누이가 있었다. 이런 누이에게 황제가 된 유수는 안타깝게 여기며 새로운 남편을 들여 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누이 호양공주도 재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둘이는 서로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어느 날 호양공주를 불러 혹시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는 없느냐고 물었다. 호양공주도 기다렸다는 듯이 황제의 가까운 신하로 있는 외모가 출중하고 명망이 높은 송홍을 연모해 왔노라고 대답했다. 이미 송홍은 유부남이었으므로 문제가 발생했다. 황족을 감히 신하에 첩으로 보낼 수는 없고 반드시 본처로 삼아야 했다. 그렇게 하려면 본래의 처가 쫓겨나거나 첩으로 강등되어야 했으므로 아무리 황제지만 송홍이 마음에 든다고 일방적으로 혼인을 추진할 수는 없었다. 

광무제는 서로 의논할 일이 있다는 구실로 송홍을 부른 다음 병풍 뒤에 호양공주를 숨겨두고 술을 나누다가 취기가 돌자 넌지시 송홍의 마음을 떠보았다. “사람이 출세를 하면 친구를 바꾸고 부유하게 되면 아내를 바꾼 다는데 그대는 어떠한가?”이 말을 들은 송홍은 “신은 가난할 때 친했던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되고 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함께 고생한 아내는 집에서 내보내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臣聞 貧賤之交不可忘 糟糠之妻不下堂).” 라고 대답했다. 

범사에 민첩한 송홍은 경박한 세속 인심 같아서는 이런 기회를 잡아보려고 했을 것이다. 전에 함께 고생한 아내였지만 헌신짝처럼 내 팽개쳤을 것이다. 그러나 송홍은 가난했던 시절 온갖 고생을 같이한 아내를 버리고 황제의 자형이 되어 부귀와 영화를 탐하고 싶지 않았다. 

이 말을 들은 광무제는 병풍 쪽을 바라보며 조용한 말로 중얼거리듯 “일이 틀린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병풍 뒤에서 몰래 듣고 있던 호양공주역시 황제가 된 동생의 위엄을 빌어 외모도 출중하고 명망이 높은 송홍을 만나 영화를 노려보려고 했던 생각은 산산이 부서지고 병풍 뒤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조강지처(糟糠之妻)’를 직역하면 술을 걸러내고 남은 ‘지게미와 쌀 속겨 의 아내’라는 의미다.

옛말에 조강지치를 내치면 천벌을 받는다는 속담이 있었다. 먹을 것이 없어 술을 걸러내고 남은 지게미와 쌀 속겨를 함께 끼니로 먹던 아내이니 정말 가난한 시절 고생을  함께한 아내를 말한다. 이 말은 아내에 대한 존중과 사랑, 그리고 같이 어려운 시절을 보낸 과거를 기억하는 중요함이 내포되어있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홀로 사는 여인을 미망인이라고 한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단어다. 남편 따라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금슬은 거문고와 비파로 부부사이의 정을 말한다. 요즘은 부유해 지면 지난날을 잊고 없는 자를 깔보는 경향이 있다. 송홍은 나중에 잘되어도 가난할 때 친구도 잊어서는 안 되고 아내도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는 변했고 남자는 ‘갑’이고 여자는 ‘을’이라는 속설도 맞지 않다. 남녀도 아니고 양성평등(兩性平等) 시대가 도래 되었다. 서로가 존중하는 시대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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