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똑 같은 것을 보고도 이념이나 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접한다. 세상사 옳고 그름은 백지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에 대해 바르다고 보는 것과 옳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격차가 미미할 때 쓰는 말이다. 

조선 초기 청백리(淸白吏)로 알려진 황희(黃喜)는 명신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조선 명재상 이다. 어느 날 집에 돌아왔을 때 여종 둘이서 서로 자기 말이 옳다고 싸우고 있었다. 한 여종이 하소연하듯 이야기하자 네 말이 옳다고 했다. 곧바로 다른 여종의 말을 듣고 너의 말도 옳다고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가 “당신은 줏대 없이 둘 다 옳다고 하면 도대체 누구 말이 옳다는 것입니까?” “당신의 말을 듣고 보니 당신 말도 옳은 것 같소.” 이렇게 모두 옳다고만 하니 삼가제상(三可宰相)이라 부르기도 하고 모두 좋다고 하여 호호선생(好好先生)이라는 별호도 붙었다. 황희는 이렇게 여러 가지 의견을 들어줌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기에 명재상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참되고 바르다는 의견과 생각은 과연 어떤 것인가. 바르다고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칼로 무 베는 것 같이 명쾌하면 좋을 텐데 세상일이란 간단하지 않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박지원(朴趾源)의 《연암집(燕巖集)》 낭환집서에서 황희 정승이 등장한다. 정승이 하루는 업무를 마치고 퇴청해 집으로 돌아왔는데 딸과 며느리가 사람 몸에 붙은 이(蝨)가 어디서 생기는지를 두고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딸은 옷에서 생긴다고 하고 며느리는 살에서 생긴다고 했다. 듣고 있던 정승은 둘 다 옳다고 했다. 

부인이 옆에서 그렇게 우유부단(優柔不斷)해서 어떻게 송사(訟事)를 해결할 수 있느냐고 화를 냈다. 황희 정승은 차분한 어조로 말한다. “이라는 벌레는 살이 아니면 생길 수 없고 옷이 아니면 살수가 없어 옷과 살의 중간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둘 다 옳다는 것이다.” 

이어서 백호(白湖) 임제(林悌) 선생의 이야기가 나온다. 술에 취에 신을 신었는데 한쪽 발은 가죽신을, 한쪽에는 짚신을 신고 말에 올라탔다. 마부가 취해서 신을 잘못 신었다고 말하자 임제 선생은 마부를 꾸짖으며, 내가 말을 타고 지나가면 사람들은 어차피 한쪽만 볼 것인데 걱정할일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세상에는 참되고 올바른 식견은 진실로 옳다는 것과 그르다고 여기는 중간에 있다”고 했다. 

어떤 사건이나 사물을 보면서 나의 생각이 옳고 상대가 생각하는 것이 틀렸다고 하는데서 시비(是非)가 일어난다. 상대가 틀렸다고 하면 시끄러움은 가시지 않고 시비는 끝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잘못이 있더라도 이해가 되고 용서가 되지만, 미워하는 사람은 조그만 잘못도 크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용서가 안 된다. 민주주의 본산이라고 하는 영국에서도 ‘정의도 금력이 끄는 쪽으로 기우는 일이 가끔 있다.’라는 격언(格言)이 있다고 하니 정의도 어디에서나 옳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어떤 사안을 놓고 토론할 때에는 상대의 말을 경청(傾聽)하고 객관적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그 주장이 틀렸다가 아니고 저 사람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구나 하면서 인정 하고 서로 양보하며 타협점을 찾으려고 하면 진정으로 바른 것이 무엇인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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