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 충실 하라.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Horatius)의 시집에 실린 말이다. 과거 일에 휩싸여 후회만 하고 현실에 충실하지 못하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이야기다. 후회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미련을 갖지 말고 발전 가능한 이야기로 삼아 오늘을 살자는 이야기이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알 리스(Al Rise)가 ‘카르페 디엠’을 ‘지금의 기회로 잡아라.’라고 말했다. 그는 “그냥 저질러라! 빨라야 한다! 최초가 되어라!” 고 외치며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와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을 예로 들어 말한다. “만약 빌게이츠가 1학년 때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뉴멕시코로 가서 세계최초의 PC 운영체제를 개발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가능했을까? 카르페 디엠! 마이클 델이 2학년 때 텍사스 대학교를 중퇴하고 기업을 대상으로 컴퓨터 직판 사업을 벌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컴퓨터가 가능했을까? 카르페 디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인터넷기업을 출범시키기에 가장 좋은 날이 바로 오늘이다. 아무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그런데 ‘카르페 디엠’이 우리말로 “삶을 즐겨라”로 번역되어 쓰이고 있는데 즐겁게 노는 것으로 심리적 면죄부를 주는 경우가 있다.《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잘 알려진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잘못된 말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지나간 나날에 대한 후회로 현재를 채워서는 안 된다.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필요 없는 의무감으로 현재가 비참해져서는 안 된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가 흔들거려서는 안 된다. 자신의 목표를 확고하게 하고 그 목적지를 향해 순간순간의 발걸음을 뚜벅뚜벅 옮길 수 있을 때 현재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카르페 디엠’을 하려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야 한다. 비록 꿈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만큼은 구체적 이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현재를 즐길 수 있다.”  

반면 캐나다의 뉴에이지 운동가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서 미래의 행복과 성취를 꿈꾸는 대신 현재를 껴안으라고 주장한다. 톨레는 과거와 미래는 비현실적이니 현재에만 집중하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의 시간, 즉 과거와 미래에 집중하면 할수록 존재하는 것 중에 가장 귀한 ‘지금’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밖’에서 어떤 것에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낀 적이 있는가? 언젠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밖에서 존재하거나 일어나는 일이 가능한가? 그 답변은 너무나 명백하지 않는가? 어떤 일도 과거에 일어나지 않았으면 ‘지금 안’에서 일어나지 않을 뿐이다. 어떤 일도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오직 ‘지금 안’에 일어날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일중독이 보편화된 나라에선 ‘만족의 지연’ 보다는 카르페 디엠이 외쳐지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 할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카르페 디엠을 따른다면 세 가지는 좋아 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행복감이 높아질 것이고, 목숨을 거는 입시전쟁이 완화 될 것 이며,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감소할 것이다. 그 중에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본다면 보통 더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저지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 마누라 내 자식이 잘 될 수만 있다면 자신의 만족 유예를 넘어서 자신 한 몸 희생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지극한 가족사랑과 모성애, 부성애의 주인공 들이다. 

물론 카르페 디엠의 실천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안다. 누구나 그렇게 한다면 해 볼 수도 있겠지만 자신만 그렇게 했다간 손해를 보거나 망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처럼 고난이 버전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실상 카르페 디엠을 사실상 외면하거나 경멸하면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은밀하게 카르페 디엠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2006년 한국일보 기획 취재팀이 여성 포털 젝시인러브와 공동으로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94명중 직접 외도를 한번이라도 했다 56명이고 외도문제로 고민했다 36명으로 전체응답자의 48%에 육박했다. 그리고 외도를 경험하지 않은 여성들 중에서 주변의 외도를 본적이 있다 31%에 이르고 외도를 말만 들었지 본적은 없다가 11%에 불과하다는 설문 결과다. 

우리나라의 불륜문화를 한국인 특유의 개척정신과 진취성이라고 자위해야 할까? 아니면 소소한 카르페 디엠을 하지 못해 생겨난 현상일까? 우리에게는 미래에 대한 과도한 가치 폄하가 특정분야에서만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은 한국인들이 미친 듯이 일하면서도 그걸 견뎌 낼 수 있는 그 나름의 비책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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