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500여권을 집필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읽혀진 책이《목민심서(牧民心書)》다.  

백성을 보호한다는 대가로 월급을 받게 되는데 옳지 못하게 가혹하게 백성들의 재물을 쥐어짜서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는 관리들에게 다산선생께서 ‘민지위도’ 한다고 하였다. 세금이 가혹해서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하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나 ‘큰 쥐야 큰 쥐야 내 기장 먹지 말아다오’ 하는 말이《시경(詩經)》에 나온 것을 보면 예전부터 세금도둑은 있었던 모양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세금 징수 시스템 즉, 조세제도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하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유교사상을 존중해온 나라로 청백리의 전통을 이어온 나라이다.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조선시대 청백리로 뽑힌 사람이 총 110명으로 나와 있다. 당시 기준이니 지금과는 다르지만 대동소이할 것이다. 조선건국에서 중종 때 까지 45명, 중종부터 인조 때 까지 37명, 이후 경종 때 까지 28명 이었고 그 뒤로는 통계를 내지 않았는지 없었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벼슬을 한사람은 수 천 명이 될 텐데 110명에 불과한 것은 유가를 숭상한 조선에서는 수치(羞恥)라고 볼 수 있는 초라한 숫자로 보인다. 

《목민심서》〈율기(律己)〉편에 목민관이 청렴하지 못하면(牧之不淸) 백성들이 손가락질하고 도적 이라 할 것이며(民指爲盜), 마을을 지나가게 되면 추(醜)하다고 욕하는 소리가 들끓을 것이니 (閭里所過)이 또한 수치스런 노릇(亦足羞也)이라고 했다. 

조선에 어떤 관리가 한 좀도둑을 심문하면서 죄를 실토하라고 하였다. “무엇을 도적이라고 합니까?” “너는 도둑 주제에 그것을 모르느냐? 남의 물건을 훔치는 자가 도둑이니라.” 도둑이 웃으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관리에게 말한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내가 어찌 도둑일수 있겠습니까? 당신 같은 관리가 진짜 도둑입니다. 유생이라는 사람들이 경서를 소리 내어 읽으면서 고금(古今)을 생각하거나 천인(賤人)을 연구하지 않고, 백성들은 안중(眼中)에도 없으면서 밤낮으로 권력을 손에 넣어 큰 이득을 취하려 하니 스승이나 벗에게서 배우는 일이 도적질뿐입니다. 관복을 입고 오직 계산만 하면서 윗자리에 있으면 아전들이 열을 지어 늘어서고 하인들이 옹위하니 그 존엄함이 마치 왕과 같습니다. 벼슬은 이(利)를 따라 나오고 돈 많은 사람들이 백주에 살인을 하여도 뇌물 꾸러미 하나만 가지고 들어가면 법률은 온데간데없고 황금에 권력이 있으니 대낮에 해도 빛을 잃어 풀려나와 거리를 활개치고 다닙니다. 마을의 천한 백성들은 번 돈으로 속죄하니 가난은 더 해지고 살갗이 떨어져 집칸도 유지하지 못하며 처자를 팔아먹을 지경에 이르러 구렁에 빠져 있어도 근심해 줄줄 모릅니다. 신이 노하고 사람들의 원한이 맺혀도 돈의 신령함이 하늘에 통해 명관이라는 칭찬을 받으며 고래 등 같은 저택이 이어져 있고, 분을 바르고 눈썹을 그린 계집들이 그득하니 천하에 이보다 더 큰 도둑이 어디 있단 말이요. 땅을 파고 담을 넘어 남의 돈 한 푼 훔쳤다고 어찌 도적이라 하겠소.” 이 말을 들은 관리는 그 도둑을 풀어주었다. 

이 시대에도 물론 청렴한 관리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큰 도둑은 누구인지 백성들로부터 손가락질 밭은 도둑은 누구일지 한번 생각해 볼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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