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유가사회에서는 어른을 공경하며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도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계급이 확실한 사회에서는 상명하복이 일상화되어있다.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면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보다는 그가 좋아하고 그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말만 골라서 하는 경향이 있다. 즉 표면상으로 복종하는 짓이며 마음속에는 불만과 시샘이 있을 수 있다. 

업무상 잘못이 분명한데도 상사의 기분을 거스르기가 두려워 멈에 빠지게 되면 상사역시 정확한 파악을 미룬 체 일을 진행하게 된다. 결국은 일을 제때에 좋게 처리하지 못한 체 그대로 진행되어 호미로 간단하게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큰일이 벌어지고 만다. 이렇게 정보를 확실하지 않고 비판이나 충고를 방치하는 상황을 들어 침묵하고 있다는 말로 ‘멈(MUM) 효과’라고 부른다. 

우선은 쉽게 넘길 수 있으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일이다. 멈 효과는 현재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고 봐야한다. 효과라는 말은 좋은 결과를 설명할 때 쓰는 말인데 효과라기보다는 멈 영향이나 멈 피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어떤 용감한 사람이 나서서 확실하게 핀잔을 듣더라도 말한다면 일이 진행되기 전에 처리가 될 텐데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일이 망쳐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다른 말로 한다면 ‘누가 우리를 위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 줄 것인가.’로 볼 수도 있다. 잘못된 길로 가는데도 직언을 하지 못한 체 그냥 보고만 있다. 

지금 정치권에서 권력자에게 바른 소리나 쓴 소리를 잘 하는 정말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상대를 깎아 내리거나 비판을 하는 소리에는 너무 밝게 보고 아주 잘 들추며 자기는 깨끗한 것처럼 말한다. 자기가 소속되어있는 상사에게 그런 소리 하면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감수해야 되므로 수직적 사회에서 어느 부분은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러나 금방 탄로 날 일을 쉬쉬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동양의 만세사표(萬世師表)로 최고의 스승은 공자(孔子)로 뽑을 것이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좋은 약은 입에는 쓰지만 병에는 이롭고, 충성된 말은 귀에는 거슬리지만 행동에 이롭다(良藥苦於口 而利於病 忠言逆於耳 而利於行)’고 했다. 물론 바른말이나 충고는 대개 상대방의 단점을 말하거나 잘못을 지적하기 때문에 상황이나 기분을 감안해서 말해야한다. 인간이란 누구든지 자기의 잘못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의 잘못은 아주 작은 것도 잘 보인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일수록 조심해야 되겠지만 진정으로 그 사람을 사랑하고 아낀다면 우회적으로라도 잘못을 지적해주어야 한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재직한 이승만(李承晩) 정권시절 대통령이 방귀만 뀌어도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하는 측근들이 많았었다. 정치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호불호가 있기 때문에 판단을 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4.19의거로 명예롭지 못하게 하야해 이국땅에서 쓸쓸하게 숨을 거두었다. 옆에서 아첨하면서 긁어주는 사람들은 권력이 없어지면 금방 떠날 사람들이 분명하다. 

전국시대 말기 순자(荀子)는 “나에게 잘못한다고 하면서 상대해주는 자는 나의 스승이고, 나에게 옳다고 하면서 상대해주는 자는 나의 벗이며, 나에게 좋은 말로 아첨하는 자는 나의 도적”이라고 했다. 유가(儒家) 사상가로 제나라 직하학파의 최고 책임자로 재직하면서 ‘내게 아첨하는 자는 나의 도적’이라고 말한 것이다.(諂諛我者吾賊也) 특히 큰 조직의 리더들이 경계해야 할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몸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권세도 누리고 싶어 한다. 권력자 앞에서면 숨을 죽이고 권력자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잘못을 지적하지 못한다. 잘못을 지적했다가 불이익 받는 경우도 있고 또는 지적을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입장에서 보면 적당히 아첨하며 달라붙은 부하가 사랑스럽기도 하고 내가 정말 잘 하는가 자부심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은 무한할 수 없다. 어느 날 주위를 돌아보면 온통 아첨 배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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