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故事成語 이경일

극히 존귀한 지위에 올라간 자는 교만함을 경계하지 않는다면 실패하여 후회하게 됨을 비유하는 말이다. 주역 건괘 육효(六爻)의 뜻을 설명한 효사(爻辭)에 나온다. 용이 승천하는 기세로 왕성한 기운의 남성적인 기상을 표현하고 있다. ≪주역≫에서는 이를 <잠룡> <현룡> <비룡> <항룡>의 단계로 설명한다. 공자는 ≪주역≫ <문언전>에서 “절정까지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높아 교만하기 때문에 민심을 잃고, 너무 스스로 높아 착한 사람들을 낮은 지위에 두게 되므로 보필을 받을 수 없다. 이러면 무엇을 하여도 후회하게 된다.”

항(亢)이란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설 줄 모르며, 얻는 것만 알고 잃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항룡유회(亢龍有悔) 라는 말로 사람을 설득한 예를 전국 시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국시대 말엽 연(燕)나라의 채택(蔡澤)이란 사람이 여러 나라를 돌면서 자기의 재능을 유세(遊說)하였으나 받아주는 나라가 없었다. 채택은 진(秦)나라의 수도 함양에 가서 범수(范睡)의 뒤를 이어 자신이 재상(宰相)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다. 이 소문을 들은 범수는 채택을 불러와 그 이유를 물었다. 채택은 준비했다는 듯 거침없이 대답한다.

공을 세우고도 비명횡사(非命橫死)한 진나라의 상앙(商鞅)과 백기(白起). 초나라의 오기(吳起), 월나라의 문종(文種)등 네 사람의 예를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속담에 해가 중천에 오면 기울며, 달도 차면 이지러 진다(日中則移 月滿則虧)는 말이 있습니다. 사물이 성(盛)하면 쇠(衰)하는 것은 천지의 위치이며 진퇴와 굴신이 때와 더불어 변화하는 것은 성인의 도리입니다. 또한 옛글에 물을 거울로 삼는 자는 자기 얼굴을 볼뿐이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 자는 길흉(吉凶)의 여부를 헤아린다고 했습니다.

어째서 이 기회에 재상의 직인(職印)을 돌려주고 어진사람에게 자리를 물려준 다음 물러나 바위굴에 살며 냇가의 경치를 구경하려 은거(隱居)하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살려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면 반드시 백이(伯夷)와 같은 청렴한 이름을 얻고, 영원한 응후(應候)로 불리어 자자손손(子子孫孫) 대대로 제후로 있게 되며 장수를 누릴 것입니다. 화를 입어 일생을 마치는 것과 비교해 어느 쪽이 낫겠습니까. 만일 차마 미련이 남아 떠나지 못한다면 반드시 저들 네 사람과 같은 화(禍)가 이를 것입니다. 또 ≪역경≫에 하늘 끝까지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반드시 후회할 때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범수는 채택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진소왕(秦昭王)에게 천거(薦擧)하고 얼마 후 재상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이야기는 ≪사기≫ <범수채택열전>에 나오는데 범수는 항룡유회를 확실하게 이해했기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었다.

그 결과 혼란스런 전국시대 상황에서 보기 드물게 말년(末年)을 평온(平溫)하게 지낼 수 있었다. 사람은 꼭 높은 자리에 있을 때만 몸을 낮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위가 높지 않더라도 자신이 업무 처리 능력에 자만(自慢)하고 교만(驕慢)하면 항룡유회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늘 스스로의 부족함을 생각하며 먼저 몸을 낮추고 겸손(謙遜)해진다면 말년을 편안하게 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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