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온 세상이 지위가 높으나 낮거나 모두가 흐려져 바르지 못하고 부정부패에 젖어있다는 이야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정부패는 나쁜 것이니 멀리하라고 늘 깨우치지만 없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남의 잘못은 작은 것도 비난하면서 자기에게는 용서해주기를 바라지만 손해가 되는 것은 조금도 용납을 하지 않으려는 이기심(利己心)에서 나온다. 

온 세상이 부정부패에 빠져있다고 개탄하며 벼슬자리도 차고나온 전국시대 말기 맹자(孟子)와 동시대를 살아온 초나라 굴원이 말했다. 굴원은 당시 강대국 진나라와 대적하려면 제(齊)나라와 합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뒤로 뇌물을 받고 진나라와 연횡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첨꾼들에 밀려 배척당하고 만다. 얼마 가지 못해 망할 조국 초나라를 생각하며 멱라수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는 우국지사(憂國之士)로 알려져 있다. 

굴원이 쫓겨난 뒤 초라한 모습으로 강가를 거닐다가 한 어부를 만나 대화를 하는데 어부사(漁父詞)라는 제목으로 초사에 실려 있다. 

『굴원이 벼슬에서 쫓겨나 강호를 서성이며 못가에서 시를 읊조리는데 안색이 초췌하고 모습이 야위어 보였다. 어부가 묻기를 “그대는 삼려대부가 아니오? 어찌하여 이곳까지 오시었습니까?” 굴원이 대답하기를 “온 세상이 모두가 흐려 있는데 나 혼자 맑고 깨끗하며, 모든 사람이 함께 취해 있는데 나 혼자만 깨어있어서 이렇게 추방 되었소.”  어부가 말하기를 “성인은 사물에 구속되지 않고 능히 세상과 함께 변할 수 있소. 모든 사람이 다 흐리다면 그 흙탕물을 흔들어 그 파도를 일으키지 않으며, 세상 사람들이 다 취해 있다면 그 술지게미를 먹고 그 술을 마시지 않았는가? 무엇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고상하게 행동하여 이렇게 추방 되었는가?” 굴원이 말하기를 “내가 들으니 머리를 새로 감은 자는 반드시 갓을 털어서 쓰고 새로 목욕을 한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어서 입는다고 하였소. 어찌 이렇게 하얀 몸으로 더러운 것을 받아 드릴 수 있겠소. 차라리 상강에 몸을 던져 물고기 뱃속에 장사 지낼지언정 어찌 깨끗한 몸으로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소?” 어부가 듣고 있다가 빙그레 웃으며 노를 두드리고 떠나가면서 이렇게 노래했다. “창량에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에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면 될 텐데” 라고 노래하며 다시는 말을 하지 안했다.』

당시 이 어부는 성인에 가까운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굴원에게 세상에 맞추어 살지 혼자만 깨끗한 척 하면서 쫓겨났느냐고 한 말이다. 

물론 사람이 속 깊은 곳까지 깨끗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평균이라는 척도가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법을 어기지 않고 살아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온갖 부정부패는 다 가지고 있으면서 국민 평균의 도덕성도 갖추지 못한 자 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한심할 노릇 아닌가. 선거 때마다 전과기록을 보면 화려한 정치인들이 많다. 고위 공직자 청문회 때도 보면 위장 전입은 하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비정상인 것처럼 보인다. 선거 때 보면 부정부패가 심해도 당선되는 사람들은 유권자들이 너그러워서인가, 아니면 전과가 있어도 이런 사람이 정치해야 나라가 잘 될 것으로 기대에 차서 당선 시킨 것 인지 알 수는 없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면 부정부패가 근절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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