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김정은의 핵무기. 트럼프의 미국 이익 정책. 중국의 싸드 보복. 모두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춥고 배고픈 시대로의 회귀는 물론 전쟁의 공포도 이겨내야 할 시기입니다. 나쁜 일은 한 가지로 끝나지 않는다(禍不單行)는 말이 실감나는 세월입니다. 모두 민족과 국가의 존망까지도 걱정해야 할 중대한 사안입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의 실패로 빚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라 안은 물론 나라 밖에서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빚어진 사태입니다.

북한을 김정은의 나라로 보지 않아야 합니다. 2천5백만에 달하는 우리 동포들이 사는 곳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꽉 닫힌 남북의 창을 여는 길이 보일 것입니다. 중국의 싸드 보복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당분간 외국 외국여행을 줄이는 등으로 극복해야 합니다. 미국에는 중국과도 등거리 외교가 불가피한 현실을 설득해야 합니다. 이 같은 과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으면 이 땅에 진정한 봄은 오지 않습니다.

옛 선비들은 동짓날 구구소한도를 그렸다지요. 가지 아홉에 각기 아홉 송이의 흰 매화꽃을 그려 창문에 붙입니다. 하루에 한 송이씩 붉은 꽃을 피웁니다. 대략 3월 10일 쯤 81송이의 흰 매화는 모두 붉은 매화가 됩니다. 옛 선비들의 멋이 느껴집니다. 추위를 이겨내는 지혜가 보입니다. 농부들은 이 즈음에 맞는 경칩엔 농기구를 손질하며 본격적인 농사 준비에 들어갑니다. 입동에 동면에 든 동물들이 깨어나 튀어나온다 해서 경칩이라 했답니다.

경칩 이후엔 갓 나온 벌레들과 풀이 상하지 않도록 불을 놓지 말라고 했습니다. 여린 생명에 대한 애정은 물론 과학적이기도 한 지혜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산불 위험하니 논·밭두렁이나 야산에 불을 놓지 말라고 떠들고, 감시에 나서는 오늘 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멋이 느껴지는 삶의 지혜입니다.

우리는 이번 겨울 정말 추웠습니다. “이게 나라냐?”고 한탄하며 시린 가슴을 쥐어뜯는 세월이었습니다. 겨울의 길목에서 시작된 가슴 시린 세월은 봄을 알리는 경칩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닷새 정도면 우리 아직 시린 우리의 가슴이 조금은 따뜻해질 봄소식이 올 것이라는 기대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봄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습니다(春來不似春). 지난겨울 보다 더 가슴시린 시간을 상당 기간 보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벚꽃이 다 지고 햇볕을 손으로 가리고 다닐 즈음까지도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을 펴지 못할 것 같습니다. 탄핵 인용, 새로운 정권 창출, 그 정권에 의한 안팎의 과제 해결 등 일련의 과정을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지요. 어두움을 밝히기 위해 겨우내 시린 손 불어가며 켜 든 촛불입니다. 밝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는 기운이 온 대지에 퍼지는 그날, 비로소 따스한 봄기운이 조금이라도 우리의 가슴에 와 닿을 것입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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