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전국시대 조나라 모수라는 사람이 자신을 스스로 추천해 일을 하겠다고 나서다. 이렇게 자신이 스스로 나설 때 ‘모수자천’이라는 말을 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무데서나 불쑥불쑥 나서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이라도 잘난 체 하면 ‘제 코도 못 씻는 사람이 남의 집 부뚜막 걱정한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래서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싶어도 뒤로 살짝 빠지며 미루는 일이 많으므로 ‘제가 춤추고 싶어서 동서 권한다’는 속담이 생겨났다. 

가끔은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앞장서서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을 잘난 체 한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일을 잘 처리했으면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자기를 알아주지 않은 주인에게 스스로 추천해 어렵고 난감한 일을 잘 처리한 모수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전국시대 조나라 평원군의 식객이었다. 당시에는 각 나라의 실력자들은 지혜와 술수를 겸비한 빈객들을 수천 명씩 거느렸는데 조나라의 평원군도 유명한 전국시대 사공자 중에 한사람 이었다. 사공자는 제나라의 맹상군 위나라의 신릉군 초나라의 춘신군 조나라의 평원군이었다. 그 중에서도 조나라 혜문왕의 동생이었던 평원군은 이름이 조승이며 세 번이나 재상에 오를 만큼 빈객들의 도움을 받으며 명망 있는 공자였다. 

한번은 서쪽에 강한 진나라가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포위하자 혜문왕은 평원군을 시켜 초나라에 합종하도록 명했다. 명을 받은 평원군은 식객들 중 사리에 밝고 문무를 겸비한 20명을 골라 동행하기로 했다. 19명은 쉽게 찾았는데 한명을 누구로 할 것인지 마땅한 사람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모수가 나서며 “한사람의 수행원이 부족 하다면 저를 데리고 가십이오.” 

평원군은 자기 문하에 들어 온지 3년이 넘었으나 지금까지 어떤 이렇다 할 재주를 한 번도 보지 못한 터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표정을 본 모수는 지금까지 자기를 주머니 속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합류시켜줄 것을 간절하게 요청했다. 마침내 평원군은 동행하기로 했다. 주머니속의 송곳은 밖으로 삐져나온다는 낭중지추(囊中之錐)도 여기서 나왔다. 

초나라에 사절단으로 동행한 모수는 협상을 하러 들어간 평원군이 한나절동안 이웃나라의 순망치한(脣亡齒寒)을 외치며 협상했으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때 모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목숨을 걸고 들어가 초나라 왕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이일을 보고 평원군은 지금까지 모수를 무시했던 것을 사과하고 귀국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평원군은 “내가 다시는 선비의 관상만을 보지 않겠다. 모 선생 같은 인재를 옆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으니 내가 관상만 보았기 때문이다. 모 선생의 무기는 세치의 혀 밖에 없었는데 그 힘은 백만 대군 보다도 더 강하다.”고 칭찬하며 일약 상객으로 대접했다. 

이처럼 모수는 자신을 천거해 어려운 일을 스스로 맡아 나서서 원하는 일을 이루었다. 모수처럼 주인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잘 해결해주면 서로 좋은 일이다. 그런데 자기가 낄 자리인지 껴서는 안 될 자리인지 분별을 하지 못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요즘에는 변질되어 껴서는 안 될 자리에 끼는 것도 모수자천이라고 쓰는데, 본래는 자기가 들어가서 주인의 어려움을 잘 해결했을 때 쓰는 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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