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에서 ‘이게 나라다’로… 촛불 5개월의 의미

지난해 10월29일 3만 명 시민과 함께 시작했던 촛불집회가 11일 열린 20번째 집회로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5개월간 매주 토요일 영광군 전매청 사거리에서도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최순실 게이트’라는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박근혜정권퇴진’을 외치는 영광군민들이 모여 촛불집회에 동참했다.

박근혜정권퇴진영광운동본부는 고(故) 백남기 농민회장 촛불집회부터 이번 탄핵결정 일까지 총 24회의 촛불집회를 가졌으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 등 구호를 함께 외쳤던 군민은 2천 여 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근혜정권퇴진’ 촛불집회는 지난해 11월12일 3차 집회에서 참가자가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11월 26일(5차)에는 130만 명, 박 전 대통령 탄핵 국회 표결을 앞두고 열린 12월 3일(6차)에는 170만명까지 참가자가 늘어났다.

6차 집회에는 법원이 이례적으로 청와대 앞 100m 구간까지 집회 및 행진을 허용하면서 촛불집회는 절정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촛불집회 시위 중 경찰과의 충돌로 인한 부상자나 입건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등 구호는 여느 집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집회는 내내 평화 분위기를 유지했다. 영광읍에 거주자인 김씨(36세)는 마지막 촛불집회가 열린 11일 집회를 보며 “시위나 집회라고 하면 경찰과 싸우고 그러면서 누군가는 다치고 (경찰에) 붙잡혀가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엔 달랐다”며 “그만큼 시민의식이 성숙해 있다는 것 아니겠냐” “우리의 힘으로 이뤄낸 일이, 우리의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난 5개월간 영광군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촛불집회’ 모습은 어떠했을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에 가장 분노한다는 회사원 서씨(38)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탄핵이 결정되던 날 회사직원들과 함께 기뻐할 때”라며 “직장네 상·하관계없이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감동은 평생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탄핵 결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 이씨(58)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원리를 온 몸으로 느낀 소중한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박근혜정권퇴진영광운동본부 장영진(49세)은 이번 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위대한 촛불집회의 승리이며 국민들의 승리이다”라고 말했다.

70대 촛불집회 참가자 이씨(71세)는 “아직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의 처벌과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등 해결되지 못한 일이 많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검찰 수사 상황을 좀 더 지켜볼 생각이다”고 말하며 “참 긴 겨울이었지만 앞으로는 오늘 날씨만큼 따뜻해지겠죠”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