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확실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보다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무식하다고 비웃는다. 멍석에 곡식을 말릴 때 고르게 너는 것을 고무래라고 하는데 모양이 정(丁)자같이 생겨서 고무래를 두고 정자(丁字)를 모른다는 성어가 목불식정(目不識丁)이다. 우리 속담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글자를 몰라도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겠지만 그냥 불편함도 모르고 산다. 그러나 주식으로 먹는 콩과 보리(菽麥)를 구분하지(不辨)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 밭에 씨를 뿌릴 때는 비슷하지만 자라 열매를 보면 확실하게 다르므로 구분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무식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사리 분별을 못하는 사람 즉 세상물정을 모르는 ‘고지식하거나 우둔한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줄여서 ‘숙맥’이라고 하는데 쉽게 ‘쑥맥’이라고 사용하기도 한다. 모두 같은 말이다.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여공은 국력이 안정되어 강성한 나라가 되자 교만하고 사치를 일삼았다. 더 우려스러운 일은 대신 중에 미소년 서동(胥童)을 총애하며 대권을 일임하고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서동의 횡정(橫政)에 나라가 혼란해지자 귀족인 난서와 중항언(中行偃) 등이 일을 꾸며 서동을 살해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여공을 독살했다. 이어서 맞아들인 왕이 양공의 증손자인 도공(悼公)을 앉혔다. 

도공은 14세의 어린 나이였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모든 대신들이 자기의 명령에 따르도록 다짐을 받았다. 이에 대신들은 하나같이 따르겠노라고 답한다. 도공에게는 몇 살 위의 형이 있었지만 지혜가 없어서 콩과 보리도 구분하지 못했으므로(菽麥不辨) 왕으로 세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도공은 세월이 흐르자 왕권을 강화하고 현명하고 바른 정치를 펴며 다시 강한 나라로 만들었다. 

콩과 팥은 크기가 비슷해서 백번 양보해서 혼동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콩과 보리는 생김새가 너무도 다르다. 이것조차 분간하지 못한다면 저능아(低能兒)라고 봐야 한다. 모두가 자기가 잘난 양 생각하지만 이처럼 우둔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언론이나 통신시설이 좋아 누구나 소식을 쉽게 접하고 이른바 팩트를 잘 알게 된다. 문제는 너무 잘 알아서 자기가 아는 것만이 옳다고 여기는 것이 문제가 된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다른 사람도 알고 있으므로 상대의 말을 경청(傾聽)할 줄 알아야 한다. 주위의 의견을 듣고 나와 의견이 다르면 왜 다른지 점검해 봐야 옳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부분으로 상대를 끌어들이려고 하면서 들어오지 않으면 틀렸다고 한다. 틀린 것이 아니고 내 의견과 다를 뿐이다. 머릿속에 든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유연(柔軟)하며 상대방의 말을 자 수용(受容)한다.
 
동양의 성인이라고 하는 공자(孔子)도 한낱 촌부에게 오곡(五穀)을 분별할 줄 모른다고 무시당한 적이 있다. 글만 읽어 세상 물정에 어둡고 삶속에 실용지식이 없는 선비들을 비꼬아서 한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자는 의문이 들 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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