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르면 상품의 수요량과 가격은 반비례한다. 즉 어떤 상품이 가격이 떨어지면 그 재화의 수요는 늘어나게 되고 가격이 오르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가격이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그 재품을 소비하기 보다는 그 재화보다 기능이 비슷한 고급 재화를 소비함으로 오히려 그 재화의 소비가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1845년 아일랜드는 화산 폭발로 인해 대기근이 들었고 그들의 주식인 빵 대신 차선으로 감자를 구입 하려 하자 감자가격은 급격히 상승했다. 그러나 감자 수요량은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계속 상승했다. 

영국이 경제학자 로버트 기펜(Robert Giffen)은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불일치하는 현상을 예의 주시하며 관찰한 결과 기현상이 일어난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기펜의 역설(Giffen’s Paradox)’이라고 부른다. 또한 그런 특성을 가진 재품을 ‘기펜재’라고 부른다. 기펜재란 열등재(劣等財)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서 실질 소득이 감소할 때만 수요량이 증가하는 특수한 성질을 가진 재화를 말한다. 사실 기펜의 역설 배후에는 소박한 소비 행동학의 원리가 담겨있었다. 자연스러운 시장 경제의 원리라기보다는 인위적으로 상승과 하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감자에 기펜의 역설이 생겨난 원인을 여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나라에 기근이 든 특수한 시기에 주식이었던 빵이나 고기, 그리고 감자의 가격은 모두 상승했는데 사람들의 수입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싼 감자를 선호했다. 그래서 감자의 수요량은 증가했고 따라서 가격도 다른 식품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역설적으로 감자 가격이 오르자 농민들은 감자를 더 많이 사들이며 악순환이 초래된다. 이렇게 비쌀수록 사람들이 더욱 광적으로 감자를 구매하는 것은 ‘빈곤 속에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기펜의 역설은 필수품만이 아니고 사치품에서도 보인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가 쓴 《설득의 심리학》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치알디니 여자 친구의 인도 보석을 파는 상점에는 마침 여행 성수기라 고객들이 가득했다. 그중 푸른 소나무와 돌로 만든 장식품은 가치가 매우 높은 상품이었으나 판매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 장식품을 팔기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꾀하며 시도해 보았다. 이 장식품을 가장 눈이 많이 띄는 중간에 배치해 보고 입구에 전시해보기도 했으나 효과는 거의 없었다. 판매원들에게도 대대적으로 판매에 신경 쓰라고 일렀지만 역시 효과는 없었다. 

어느 날 도매상으로 물건을 사러가기 전날 밤 부랴부랴 판매 직원에게 쪽지 한 장을 써서 주었다. “이 상자 안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판매가의 1/2가격으로 파세요.” 그녀는 손해를 보더라도 성가신 장식품을 빨리 처분하고 싶었다. 

며칠 후 그녀가 상점 안으로 돌아왔을 때 예상했던 대로 물건을 모두 팔았다. 그러나 그녀는 곧 판매 직원이 거칠게 쓴 쪽지에 글씨체를 잘 알아보지 못하고 1/2를 2로 잘못 읽고 실제 가격의 두 배를 받고 모두 팔아 버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  

푸른 소나무와 장식품은 기펜재에 속하지 않는 품목이다. 왜 수요와 공급의 경제 논리에 맞지 않게, 즉 가격이 올랐는데도 판매량이 증가했을까 의문이 든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이를 ‘고정된 행동양식’이라고 불렀다. 이른바 고정된 행동양식이란 조건반사와 비슷한데 동물들이 오랜 기간 훈련을 받은 후 어떤 시그널에 대해 행동 피드백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훈련이 잘된 원숭이가 삐삐소리를 들은 후 바나나를 따기 시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치알디니는 인간들도 역시 이와 유사한 행동양식이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어떤 상품이 가격이 갑자기 상승하면 사람들은 우선 더 오르기 전에 빨리 구입해야 한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오를 것이고 머뭇거리다가는 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한 생각마저 든다. 이때 우리는 이성(理性)이 본능(本能)보다 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이런 본능적 반응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이성에 의해 금방 가려져 버린다. 그러나 어떤 상인들은 긴박감을 일부러 조성하며 인간의 소비 심리를 이용해 살지 말지를 신속하게 결정하도록 유도한다. 결국은 기펜재에 속하지 않는 상품에 대해 상승과 하락을 좇는 어리석은 행동을 유도한다. 이는 스스로 소비의 함정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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