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직에 들어가면 안건을 놓고 어떻게 해야 할지 회의는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다. 이해관계가 있으면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하고 의외로 복잡할 것 같지만 쉽게 진행되어 빨리 끝날 수도 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놓고 토론이 벌어지면 서열에 따라 책임 범위도 있겠지만 참석자 모두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들일 것이냐는 고민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큰 어른이나 책임이 막강한자가 일에 대해서 책임을 분담시키고 의견을 물으면 침묵이 흐르며 회의는 쉽게 마무리 된다. 그러면서 부수적으로 따르는 일에 대해 회의가 진행되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정작 큰 안건은 쉽게 결정되고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사소한 것에 대해 길어지는 상황을 ‘사소함의 법칙’이라고 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시릴 파킨슨(Cyril Parkinson)은 유머가 풍부하고 예리한 관찰력으로 다양한 사회의 부조리함을 지적한 사람 있었다. 그가 남긴 법칙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피킨슨의 법칙’인데 “공무원 수는 해야 할 일의 경중이나 업무의 양과 관계없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 한다.”는 말이다. 즉 늘어나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공무원이 많아지면 그 공무원을 관리하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 많은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공직사회를 강하게 비판하는 말이다. 

그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학설을 주장했다. 그 중에서도 회의 안건을 다루는데 들이는 시간은 그 안건의 중요성에 반비례 한다는 역설적인 주장이 여기서 말하는 사소함의 법칙이다. 

파킨슨은 이런 예를 하나 들었다. 어떤 대기업에서 신규로 공장을 하나 지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해야하는 중요한 임원 회의였다. 규모가 2억 달러가 넘는 비교적 큰 공장을 신축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해야 했다. 안건이 처음 나온 대로 별다른 반론도 없이 15분 만에 신축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다음 안건으로 본부 사무실 앞에 직원 출퇴근용 자전거 거치대를 세우느냐 마느냐에 대한 회의였다. 집행해야한 예산은 3500달러에 불과한 얼마 안 되는 집행 금액이다. 그러나 임원들은 이 안건을 가지고 두 시간 가까이 격론을 벌이며 비용뿐만 아니라 거치대 재료를 어떤 재질로 써야 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이렇게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넘어가면서도 사소한 일에 대해서는 열을 올려가며 논란을 벌이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파킨슨은 사소함의 법칙을 풍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러한 일들은 회의석상에서만 나타나지 않고 사회 어디서나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미국이 유명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폴-해닝 캠프(Poul-Henning Kamp)는 〈초록 잔디위의 거치대〉라는 유명한 글을 인터넷에 올려 회자된 적이 있다. 그가 알리고 싶은 요점은 초록 잔디위에 어떤 색깔의 자전거 거치대를 세워 놓은들 예쁘지 않겠느냐는 것으로 당시 오픈 소스 운영체계를 둘러싸고 프로그래머들이 사소한 것에 집착해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광경을 개탄해 하며 하는 말이다. 
정작 중요한 곳에 투자해야할 귀중한 시간과 재능을 크게 중요하지 않는 곳에 낭비해버리는 것은 논리와 효율을 가장 중요시하는 프로그래머들에게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이런 현상들이 자주 일어날까 의문이 든다. 

앞에서 말한 파킨슨의 예를 본다면 신축 공장을 지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너무 복잡한 문제이므로 회의 참석자들은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 옳을지 쉽게 파악을 하지 못했다. 그 방면에 전문가가 못되므로 함부로 의견을 피력하면 실수할 가능성도 있고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의견이 부실하면 현명하지 못하다는 판단을 받을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아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맡기며 추인해버린다. 이에 비해 자전거 거치대는 모두가 전문가가 될 수 있으며 설령 전문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회의석상에서 아무 말 없이 그냥 앉아만 있으면 무관심 하다고 비판 받을 수 있어 회의는 오래 걸리고 의견일치가 쉽지 않다. 

회의가 아닐 때도 비슷한 현상은 자주 보인다. 부담스럽고 복잡한 문제는 누구나 쉽게 건들기 어렵다. 그래서 부담스러운 안건과 비교적 쉬운 안건이 복합적으로 있을 때는 쉽고 간단한 것부터 해결해 나간다. 쉬운 과제들을 먼저 해결해 나가면 복잡한 과제를 건드릴 정지작업이 완료되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회의는 시간과 자원이 제한되므로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하다 보면 가용할 자원이 고갈되어 버린다. 그래서 회의를 주제하는 리더들은 인간의 심리를 감안해 중요도를 알리고 특히 초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이끌어가는 기지를 발휘해야 한다. 

‘사소함의 법칙’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사소한 것에 매달려 중요한 과제를 뒤로 미룬다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심리가 아니라 개개인의 결단력과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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