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한자 문화권에서는 경전이라고 하면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말하는데 예를 다룬《예기(禮記)》와 공자가 편찬했다는《춘추(春秋)》를 더하여 사서오경(四書五經)을 꼽는다. 사서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말하고 시경 서경 주역 예기 춘추를 합하여 오경이 된다. 그어나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사서인데 논어를 비롯해 편찬자가 확실하고 조선시대 과거시험 과목으로 써왔기 때문에 더욱 가깝게 느껴질 뿐이다. 

그런데 대학과 중용은 사서에 각각 들어가지만 예기 중에 한편이었다. 예기는 총 49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대학은 42편, 중용은 31편에 실려 있던 것은 북송(960~1127) 때 학자 주희가 각각 한권의 책으로 독립시켰다. 예기는 의례의 해설을 비롯해 정치, 음악, 학문 등 일상의 영역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예의 근본정신은 물론 도덕을 특히 강조하므로 실제 경서로는 제일로 꼽기도 했다. 맹자와 동시대를 산 순자는 자신의 책《순자》〈권학(勸學)편〉에서 “학문은 시경 서경 등  경(經)을 암송하는데서 시작하고 예기를 읽으므로 완성된다.”고 할 정도로 예기를 중시했다. 

‘불구언소’는 경솔하게 남을 헐뜯거나 비웃지 않는다는 뜻으로 오례를 다룬 예기 첫 부분 〈곡례(曲禮)편〉에 나온다. 말과 행동을 바르게 하는 것이 예의 근본이고 나라를 위한 출세보다는 부모를 잘 모셔야 한다는 것이 먼저라고 여러 곳에서 강조한다. 부모가 말씀하시기 전에 알아듣고 보여 주기 전에 깨달아야 하는 것이 사람의 자녀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즉 ‘높은 곳에 오르지 않으며 깊은 곳에 가지 않고, 섣불리 남을 헐뜯지 않고 또한 남을 비웃지도 말아야 한다.’ 위험한곳에 가지 않는 것이 부모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길이고 남을 험담하는 것은 어버이를 욕되게 하는 것이니 삼가야 한다는 말이다. 

예기 서문에 해당하는 곡례 편에는 효자가 행해야 하는 유명한 몇 구절이 더 있다. 고사성어로도 많이 쓰이는 동온하정과 혼정신성인데 겨울철에는 따뜻하게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해드리고 아침저녁으로 잠자리를 살펴 드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집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아뢰고 들어와서도 반드시 아뢰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효도도 시절에 맞게 해야 한다. 당시는 농경사회이기 때문에 대가족을 이루며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하므로 당연시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함께 사는 것이 서로가 불편한 일이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조석으로 이렇게 보살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바쁜 현대사회지만 기본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 평균수명도 길어짐에 따라 고독사가 많은 실정이다. 

이렇게 효도는 시절에 따라 한다고 하지만 말로서 세상에 없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린다거나 남을 헐뜯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남을 헐뜯어 시비를 부르게 되면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도 욕을 먹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판에서도 현대판 예송논쟁이 자주 등장한다. 좋은 안을 상대 당에서 발의하면 괜찮은 안건이지만 반대하기에 급급하다. 특별한 대안도 없으면서 반대한다. 그런데 세비나 수당 등 급여를 올리자고 하면 초당적으로 모두 찬성한다. 법을 만드는데도 급여 올리는 것처럼 합심해서 한마음이 된다면 우리나라도 선진국 진입이 훨씬 빠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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