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파면했다. 박 근혜 전대통령은 이제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그것도 형사소추의 대상이 된 ‘불안한 자연인’의 신분으로.

민심과 법리에 따른 사필귀정의 결과임에 틀림없다. 헌정사에 유래가 없던 이번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것은 바로 광장의 촛불이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가 청구를 맡았고,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다툼에서 청구인의 손을 들어 준 헌재의 탄핵 인용이라는 절차를 거치긴 했지만, 그 전 과정에 작동된 실상의 동력은 광장의 촛불이었다.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그리고 물대포도 등장하지 않은…오직 광장에 모인 촛불의 힘만으로 정권을 끌어내린 것이다. 우리의 헌정사는 물론 세계사에서도 유래가 없는 변혁의 순간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촛불 광장이 이끌어 낸 대통령 파면을 ‘촛불 혁명’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3.10 명예혁명’ 이라 칭했다. 혁명이라는 어휘가 지닌 개념상의 정의가 있기 때문에 학술적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긴 하지만, 광장 민주주의가 권력을 끌어내렸다는 관점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토요일 마지막 집회를 마치고 촛불을 든 시민들은 다시 생업으로 돌아갔다. 촛불은 꺼졌지만 촛불이 남긴 교훈은 적지 않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로 민심의 도도한 흐름을 역류하는 정권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정치가 민심을 방기할 때 국민들은 언제라도 광장 민주주의를 작동해 기득권 정치를 전복시킬 수 있다는 엄정한 경고이다.

이런 의미에서 촛불 이전과 촛불 이후의 대한민국 정치는 달라질 게 분명하다. 촛불의 기억은 역사의 교훈으로 끊임없이 타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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