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마음 졸였습니다. 국정농단의 주인공들을 비난하고 욕하고 원망했습니다. 나라의 장래를 많이도 걱정했습니다. 이제 대통령은 파면됐습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는 아직 많은 난관들이 쌓여 있습니다. 안보와 경제를 풀어야 합니다. 풀었던 허리끈을 다시 조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입니다. 피와 땀으로 일군 번영을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이 모두 말아 먹었습니다.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위해 열어놓은 남북 소통의 작은 창문마저 닫아걸어 버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나라를 걱정합니다. 저는 감히 장담합니다. 이 나라는 다시 일어서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민족정기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던 시절 우리 민족은 죽음을 불사하고 나라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습니다. 3·1 운동·6·10 만세·학생독립운동·4·19 의거·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면면히 이어진 민중의 봉기가 민족과 국가를 일깨우고 번영을 이룬 힘의 원천이었습니다.

위기마다 떨쳐 일어나 나라를 구한 우리 민족의 정기는 촛불로 이어져 가라앉는 나라를 구했습니다. 촛불이 켜지지 않았으면 나라가 어떤 꼴이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엘리트를 자처하는 부패 집단을 처결한 촛불도 기층민중 사이에 면면히 이어진 민족정기의 발로입니다. 촛불을 켜든 민중은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나라를 구한 이름 없는 영웅들입니다. 그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함께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탄핵이 결정된 날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우리 모두는 TV 앞을 지켰습니다. 군청에서, 터미널에서, 버스 속에서, 집에서, 사무실에서, 목욕탕에서. 당연히 탄핵은 용인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이정미 헌재소장 직무대행이 읽은 판결문은 근래 보기 드문 명문이었습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었습니다. 명쾌했습니다. 이해하기 쉬었습니다. 어느 문장가도 흠잡을 데 없었습니다. 역사는 가장 빼어난 판결문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재미있는 뒷얘기들이 많습니다. 여자 목욕탕에서는 춤도 추었답니다. 영광군청에서 중계를 지켜보던 직원들이 앞 대목에서 “탄핵 사유로 보기 힘들다”는 말들이 반복되자 자기들도 모르게 “어! 어?”하는 신음소리가 새나왔다지요. 많은 분들이 그랬을 것입니다. 판결문 낭독이 끝나는 시각 대한민국에 환호와 박수가 넘친 것은 당연하지요. 위기 탈출의 시작을 알리는 판결이었으니까요.

이정미 헌재소장권한대행의 헤어롤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적인 모습, 여성성을 보았습니다. 우리네 보통 여성들과 다르지 않은 친근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믿음을 주었습니다. 투철한 사명감을 보았습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국민에게 승리를 안겼습니다. 권력은 위정자가 아닌 국민의 것임을 확인시켰습니다. 부패 법조인들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민족정기가 살아있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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