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헌법재판관들의 판결은 명료했다. 정치적 이념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직 헌법만을 바라봤다.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임을 보여줬다. 국민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명한 판단에 존경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중차대한 과제가 국민에게 주어졌다.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탄핵과 동시에 열린 대통령 선거가 그 시작이다. 누구를 뽑는가에 따라 대한민국의 역사가 달라진다. 눈 부릅뜨고 후보들을 살펴야 한다. 학연·지연·혈연을 따져서는 안 된다. 경상도·박씨·보수·여성 등의 이유로 찍은 결과가 얼마나 참담했는가. 다시 같은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깊은 생각 없이 던진 한 표가 “이게 나라냐”는 탄식을 낳았다. 청소부 아줌마의 입에서 “염병하네”가 터져나왔다.

가장 경계하는 것은 좌·우나 보수·진보의 진영 논리다. 패거리 정치다. 진영에는 대화와 타협이 없다. 오직 싸워 이기기 위한 독선과 궤변이 난무한다. 모두가 잘사는 최선의 길보다 득세의 길을 먼저 찾는다. 그 끝은 불통과 갈등이다. “이게 나라냐” “염병하네”와 같은 막장드라마에나 나오는 불손한 언어들이 난무한 지난날의 역사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크다. 보수와 진보는 민주주의에서 꼭 필요한 두 축일 뿐이다.

박정희 정권의 압박에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은 리영희 선생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좌우 모두 없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와 박상훈 정치발전소장도 공저 ‘양손잡이 민주주의’에서 사회의 변화와 발전은 진보적 민주파와 보수적 민주파가 공존해야 가능하다고 좌우와 진보·보수를 해석하고 있다. 사회의 변화·발전은 양쪽이 공존해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탄생 후 69년째 좌우와 진보·보수가 공존하지 못했다. 죽고 죽였다. 민주주의의 필수 덕목인 대화와 타협의 DNA(유전자)를 생성, 발전시키지 못했다. 승자독식의 DNA만 키웠다. 박근혜의 탄핵도 공존을 외면한 우리의 ‘4류 정치’가 낳은 비극이다. 이제 ‘친박’진영은 폐족 당했다. 남은 진영은 ‘친노’의 대를 이은 ‘친문’(친 문재인) 진영이다. 현재 대권에 가장 근접한 주자는 문재인 전 대표다. ‘친문’ 진영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승자독식을 꿈꾸는 진영에 대권이 주어지는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한민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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