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고학력 전문직 자살자수가 보통 사람에 비해 현저하게 늘어나는 추세로 나타났다. 고위직 공무원과 기업체 고위 간부, 임원 등 2004년 4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2014년 414명이 자살했으므로 10년 동안에 무려 10배로 증가했다. 

왜 이렇게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보통사람보다 자살률이 높을까? 그 이유는 자신의 지위가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른바 지위불안을 안고 있기 때문인데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지위불안은 과거 1950년대 미국사회에서 학계에 주목을 받았던 개념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사회학자 찰스 라이트 밀스(Charles Wright Mills)는 1951년 《화이트칼라》와 뒤이어 1956년 《파워 엘리트》를 출간해 이른바 ‘지위 불안’을 넘어 ‘지위 공포’에 시달리는 신흥 중산층을 향해 ‘풍요롭지만 목표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불안을 느끼거나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되는 지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는 상대적인 것으로 보았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보건학자인 마이클 마멋(Michael Marmot)은 2004년 《사회적 지위가 건강 수명을 결정한다.》를 출간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상대적인 관심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 높은 지위를 가진 것으로 스스로를 평가해 자존심을 세우려는 심리적인 장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지능, 애정, 창조성, 근면 등 기준을 하나 정한 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라. 만약 평범한 미국인 이라면 스스로 평균보다 더 우월하다고 평가할 것이다.”
그런 상대적 비교우위가 무너지는 건 물론 기존 지위의 추락을 감지했을 때 사람들이, 특히 그 중에서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삶의 의욕마저 잃게 된다. 그들은 정체성의 혼돈마저 겪게 된다. 영국의 사회학자 돈 슬레이터(Don Slater)는 “우리는 친밀한 관계와 사회적 지위와 직업을 갖기 위해 정체성을 생산해서 여러 시장에 팔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상황에선 사회적 지위는 곧 정체성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스위스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자기개발서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지위 불안은 매우 파멸적이라 우리 삶의 여기저기를 파괴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사회에서 제시한 성공의 이상에 부응하지 못한 위험에 처했으며 그 결과 존엄을 잃고 존중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현재 사회의 사다리에서 너무 낮은 단을 차지하고 있거나 현재보다 낮은 단으로 추락할 것 같은 걱정, 이런 걱정은 매우 부정적이어서 독성이 강해 생활의 여러 곳에 영향을 미처 심하면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다.”고 했다.

알랭 드 보통은 “지위에 대한 불안이 아무리 불쾌하다 해도 그 불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좋은 인생은 상상하기 어렵다. 실패해 다른 사람에게 창피한 모습을 보일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야심을 품고 어떤 결과들을 선호하고 자신외의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데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위에 대한 불안은 성공적인 삶과 성공적이지 못한 삶 사이의 공적인 차이를 인정할 경우 치를 수밖에 없는 대가다.” 라고 말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다른 대안을 생각해 냈는데 지위를 소비와 연결시킨 것을 말한다. “가난이 낮은 지위에 대한 물질적 형벌이라면, 무시와 외면은 속물적인 세상이 중요한 상징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감정적 형벌이라고 했는데 사람들은 실제적 지위야 어찌됐건 소비를 통해 그런 중요한 상징을 획득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그런 상징성이 있는 상품들을 가리켜 ‘신분재’ 또는 ‘지위재’라고 한다.  

우리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어느 사회에서나 대표적인 지위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학위와 학벌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의 진화 심리학자 제프리 밀러(Geoffrey F. Miller)는 “지위재는 흔히 고삐 풀린 지위 경쟁을 일으킨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학위가 너무 흔해져서 차별화 배지로 유용하지 않게 되면, 경쟁자들은 눈높이를 올려 경영대학원, 의학박사과정, 박사과정을 지원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낀다. 학위가 너무 흔해져서 차별화하지 않으면 경쟁자들은 87,000달러를 내고 ‘트리움 세계 경영자 과정’을 지원할 것이다. 이 과정에 등록하면 40명의 고위 경영자로 구성된 엘리트 집단이 세계를 돌며 여섯 개 학교에서 공부하게 된다. 런던 경영대학원, 뉴욕 스턴 대학원, 파리 HAC 경영대학원 그리고 극동지역과 개발도상국에서 세 곳이 돌아가면서 선택된다.”

이 모든 것이 지위불안에서 벗어나 보려는 몸부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불안을 해소시킬 수는 없다. 대안이 있다면 남의 시선에서 독립하는 것이다. 남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두려움에서 벋어나 자기만의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상상력과 용기가 지위불안에서 벋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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