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BAC와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초음속 여객기가 있었다. 세계 최초 초음속 여객기로 이름이 콩코드(Concorde)다. 미국과 소련이 항공을 넘어 우주항해 기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60년대 초 영국과 프랑스는 선진국 면모를 유지하며 경쟁에 동참하기위해 약 10조원이나 되는 거금을 투입해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기에 합의한다. 1977년 세련된 디자인은 물론 기존의 틀을 깨고 음속을 초월한 월등한 속도를 가진 콩코드 항공기의 첫 운항을 시작하자 유럽에서는 자신들의 자존심이라고 여겼고 항공기의 패러다임(paradigm)을 변화시킬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야심은 빗나갔고 27년이 지난 2003년 11월에 어쩔 수 없이 런던 히드로(Heathrow) 공항에서 ‘마지막 취항일’을 맞게 된다. 당시 언론에서는 “콩코드는 실패의 산물이다.” “하루 빨리 취항을 중단 했어야 했다.” 등등의 비판과 회한의 목소리만을 냈었다. 콩코드의 추억과 영광의 기억이 실종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콩코드는 빠른 여객기라는 목표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실용성을 고려하지 못했다. 빠름을 기치로 내세웠기 때문에 날렵해야했으므로 실내 공간이 좁아 일반 항공기의 1/3수준인 100명 정도만 탑승할 수 있었다. 또한 빠른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료 소모량도 많았다. 당시 1970년대 세계적 불황과 오일파동까지 겹치면서 콩코드의 운임은 일반 항공편에 비해 무려 15배를 받아야 했다. 결국 세계적인 부호나 CEO들만 탈수 있는 비행기로 인식된 콩코드는 일반인들에게 외면을 받으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콩코드를 포기할 수 없었다. 10조원이 투입되었고 더 중요한 것은 두 나라 정부의 명예와 정치적 이유로 쉽사리 손을 뗄 수 없는 실정이었다. 결국 만성 적자를 이어 오다가 2000년 치명적이 폭발사고가 일어나 악화된 여론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폭발 사고가 기체의 결함은 아니라는 결론은 얻었지만 외면당한 여론은 바꿀 수가 없었다. 

이사고가 있고나서 사람들은 ‘콩코드의 오류’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는데, 어떤 일을 추진하다가 그 과정에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도 앞서 투자한 것이 아깝고 그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의사 결정을 말한다. 다른 말로 본전 생각 때문에 손을 놓지 못하다가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경제용어에서 말하는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콩코드의 오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코닥 모먼트(Kodak Mmoment)라는 표현을 만들 정도로 카메라용 필름의 절대 강자이자 세계최초의 디지털 카메라 개발사인 코닥(Kodak)은 카메라 시장의 디지털화를 거부하다 시장에서 외면당했고, 휴대용 카세트 워크맨(Walkman)으로 걸어 다니는 음악 시장을 열었던 일본의 소니(Sony)는 MP3 포맷으로 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해 업게 에서 퇴출되다 시피 했다. 

비단 기업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콩코드의 오류를 자주 범하기도 한다. 고가로 매입 했지만 몸에 어울리지 않아 입지 않으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옷이나,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초기 투자비용이 아까워 처분하지 못하고 손해만 보고 있는 주식 같은 것들이 콩코드 오류와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콩코드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목적과 방향이 내가 의도했던 방향으로 가는지, 지금까지 투자한 것에 비해 앞으로 얻어질 결과물들이 확실한지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살펴보아야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만약 결과가 부정적이라면 발 빠른 포기가 또 다른 성공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개인이 아닌 국가에서도 어떤 일을 추진하다가 중단해야 할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내 돈이 아니고 정부 세금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손절매를 하지 못해 손실을 키우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항상 내 것이면 어떻게 할 것 인가, 하는 심정으로 추진 한다면 빨리 손을 뗄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을 이미 지출해서 회수하기 어려운 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한다. 반대로 ‘기회비용’이 있는데 여러 개의 선택 대안 중에서 최선으로 생각되는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나머지를 포기하게 되는데 그 포기된 여러 가지 중에서도 가장 가치가 큰 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회비용이 가장 작아지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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