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나라 노(魯)자와 물고기 어(魚)자가 비슷해서 잘못 쓰거나 돼지 해(亥)와 돼지 시(豕)자를 예전에 종이가 없어 죽간에 쓸 때에 분간을 잘 못해 가끔 실수를 했었다. 물론 지금은 인쇄술이 발달하여 틀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 글자 모양이 서로 비슷해서 잘못 쓰거나 잘못 읽고 해석해서 곤란한 적이 있었는데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요즘은 출판이나 신문제작에 교열(校閱), 교정(校訂)을 필수로 두는 것도 이런 오류를 막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사소한 잘못하나라도 역사에 누가되는 신문(新聞)에서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전국시대(戰國時代)가 끝나고 진(秦)나라가 천하통일을 했을 때 진시황(秦始皇)의 생부로 알려진 정치가이자 대상인이었던 여불위(呂不韋)가 편찬한 《여씨춘추(呂氏春秋)》에 이런 말이 나온다. 공자(孔子)의 제자 자하(子夏)가 진나라로 가는 길에 누군가가 역사책을 소리 내어 읽고 있었다. 들어보니 진(晉)나라 군대가 진(秦)을 칠 때 ‘돼지 세 마리로 황하를 건넜다(晉師伐秦 三豕渡河).’라는 뜻 풀이였다. 

지나가던 자하가 아무리 생각해도 뜻이 맞지 않아 옆에 가서 삼시(三豕)가 아니고 기해(己亥)라고 바르게 정정해 주었다. 그러면서 몸기(己)자와 석삼(三)자가 비슷하고 돼지 시(豕)자와 돼지 해(亥)자도 서로 닮아 잘못읽기 쉽다고 말했다. 기해(己亥)는 옛날 사람들이 60갑자(甲子)로 날짜나 해를 표시하는 것이므로 기해날 이나 기해 해에 강을 건넜다고 해도 되는데 잘못 읽은 것이다. 진(晉)나라에 가서 나중에 확인해 보니 진나라 군대가 기해년에 황하를 건넜다고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 세조(世祖) 때 사육신(死六臣)중의 한사람인 박팽년(朴彭年)이 세조에게 국문을 받으면서 면전에서 ‘나으리’라고 불렀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세조는 “네가 나에게 녹을 먹었고 나에게 신(臣)이라고 일컬었으니 너는 나의 신하가 아니고 누구라는 말이냐.” 자세를 가다듬은 박팽년은 굴하지 않고 “나는 상왕(上王)의 신하이지 나으리의 신하가 아니외다. 녹은 하나도 먹지 않고 쌓아 두었으니 창고에 가 확인 해보시오 나으리.” 세조는 충청 감사로 있을 때 박팽년의 장계를 확인 해 보았다. 신하신(臣)자 대신 클 거(巨)자를 썼던 것이다. 신하 박팽년이 아니라 거인 박팽년이 된 것이다. 당시 장계에는 신하이기 때문에 신을 작은 글자로 쓰는 것이 통례였다. 그래서 작게 쓴 거자를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그러니 이미 그때부터 단종(端宗) 복위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손으로 직접 쓸 때에는 이렇게 의도적으로 틀리게 쓰기도 하지만 맞게 쓰고도 잘못 읽거나 해석 할 수도 있다. 

어떤 사항을 옮길 때 어중간하게 하는 말로 하면 자칫 망신당하기 쉽다. 신문과 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 외에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가 보편화된 오늘날에도 잘못된 정보가 진실인양 인식될 우려가 크다. 

삽시간에 전달되는 이들의 영향력은 한곳에서 잘못 인용한 것이 순식간에 진실이 되어버린다. 보도경쟁이 과열된 이 시대에 본질이 아닌 선정적 기사나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를 쏟아내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한번 보도가 되면 고치더라도 영원이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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