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누군가는 절대 좋아할 수 없는 관계를 지닌 사람이 있다. 이것이 생물학적으로 정해져 있는가, 아니면 법으로 정해져 있는가, 아니면 그저 적당한 계기가 만들어 지면 누구와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가 궁금하다. 

영국의 인류학자 에드웨드 웨스터마크(Edward Westermarck))가 원시 난혼설을 반대하고 원시 단혼설을 주장하면서 《인류 혼인사》에서 말하고 있다. “유소년 기에 함께 자란 근친끼리는 상대방에 대한 성적 흥미를 잃는 경향을 보인다.”는 견해를 제시하면서 주장한 이론이다. 그런데 이는 근친상간(近親相姦)에 대한 금기가 생물학적인 근거에 의한 것일 수도 있음을 시사하며 이로 인해 동시대에 대두된 사회학 및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과 일부 충돌하는 부분이 있었다. 당시 심리학의 거장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반론에 빛을 보지 못했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근친상간 거부가 생물적 본능이라면 굳이 사회적으로 터부시 하면서 까지 억제 하려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성(性)과 사회적 금기의 연관성에 지나치게 집착했으며 당시 그가 언급한 근친상간이란 근친간 성폭력 특히 ‘유아성애’였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일반적인 성폭력과 유아성애(幼兒性愛)는 애정이나 성욕보다는 다른 것이 원인인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연구를 보면 이스라엘의 독특한 집단 공동체 키부츠(Kibbutz)에서 결혼 문화를 조사한 미국의 인류학자 멜포드 스파이로(Melford. E. Spiro)의 연구 결과가 웨스터마크의 이론을 입증했다. 키부츠에서는 유아가 생물학적 친족으로부터 강제 분리되어 유사 가족이라 할 수 있는 공동체에 의해 양육되고 있다. 그러므로 유사 근친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생활한다. 그들 역시도 가족같이 생활한다. 그들에게서 결과로 혼인 패턴이 나타나는데 키부츠는 강한 결속력을 도모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혼인관계 역시 내부자들 끼리 갖는 것을 선호한다. 그럼에도 정작 같은 키부츠 출신끼리 결혼하는 사례는 극히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저조하게 나타났다.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는 당시 통계학 적으로 확실한 표본이 갖추어 질 만한 키부츠내 혼인 사례가 충분히 누적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20년 뒤 인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걸쳐 총 2800여 쌍의 부부관계가 조사 되고서야 신뢰가 되는 통계가 확보되었다. 당시의 결과는 총 2800여 쌍 중 같은 키부츠 내에서 결혼이 성사된 부부는 겨우 13쌍 뿐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9쌍은 6세 이후에 같은 키부츠에서 자란 친구 사이였으며 나머지 4쌍도 적어도 6세 이전에 2년 이상 떨어져 지낸 기간이었음이 밝혀졌다. 

이 통계를 보면 인간에 대해 웨스트마크 효과가 0~6세 기간 의 가족 및 유사가족 구성 여부에 따라 실제로 발생한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21세기 연구에서도 드러났고 정확히는 유아기 때 같이 보낸 정도가 주요 변수라는 사실까지 보였다. 

사실 근친상간이 전 세계 문화권에서 금기인 것에 대한 설명 중 가장 많이 대두되는 가설이 “근친 간에 아이가 나오면 열성 유전자가 겹쳐 유전병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인데 이는 웨스터마크 효과로 인해 반박 자료로 쓰일 수 있다. 이스라엘의 몇 백 명 모여 사는 키부츠에 유전자가 겹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입양으로 맺어진 근친 관계에서도 혼인을 금지 하는데 그것은 열성 유전자가 겹친다는 이야기로는 반박이 부족하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진화심리학 측면에서 우리의 선천적 기호 즉 근친상간에 대한 혐오스러움은 기능적 기원에 대해 인과관계를 설명해 줄뿐이며 현재의 기능이 과거의 기능적 기원과 배치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인간은 선천적으로 달거나 기름진 것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달거나 기름진 것이 좋은 열량 섭취원 이거나 자연 상태에서 단 것은 보관성이 낮아 빨리 처리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거나 기름진 것을 좋아하는 취향의 기능이 먹 거리가 풍부한 오늘날 역기능으로 작용 한다고 해서 그 설명이 반박 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근친상간에 대한 혐오가 생물학적으로 나타난다면 그 원인은 열성 유전자를 배재하는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구에게 끌리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끌리기는 하지만 바라만 볼 수밖에 없으리라는 느낌을 받는 것과 역으로 어떤 조건도 빠지지 않지만 전혀 끌리지 않는 세 종류가 있다. 사랑이 힘들다는 말은 이러한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계속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당신을 그렇게 몰아가는 상황 중에서 일부는 수 십 만년을 걸친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진화의 유산이라고 생각해 보자. DNA에 적혀있는 알 수 없는 지혜가 우리를 혼란에서 구해주고 실패를 막아주고 있는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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