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과 스마트폰, 그리고 WiFi무선망이 발달함으로 우리의 삶의 모습을 보면 또 다른 요즘의 커피숍이 휴식 공간인지 작업공간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스타벅스 같은 유명 커피전문점뿐만 아니라 동네 카페마다 인테리어는 물론 대학 라운지나 도서관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며 특정인이아니라 다양한 고객들이 이용한다. 청소년은 물론 직장인 가정주부 초로의 신사들도 한구석씩 차지해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놓고 작업을 한다. 

5~60대가 학생 시절에는 도서관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던 때가 있었다. 집에서 공부해도 되는데 긴장이 풀리고 혼자 있으면 괜히 불안한 생각도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도서관을 많이 찾았는데 그런 향수가 있어서 일까 지금도 차분히 책을 읽고 싶으면 커피 전문점을 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막상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으면 몇 가지 불편한 점들이 생긴다. 자리를 잘못 잡으면 재잘거리는 중년의 직장 여성들이나 서로 눈만 마주쳐도 정감이 오가는 연인들의 옆자리에 앉게 되면 손에든 책보다는 그들의 대화에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한편 헤드폰을 끼고 조용히 책을 보는 그룹으로 옆으로 가면 저절로 집중이 되고 문화인들과 함께 있다는 위안마저 받는 느낌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방해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을 찾아 공부하고자 할까?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도 있으나 혼자 있으면 조금하다 그만두기 십상 인데 순간순간 정신이 산만해져도 2~3시간 정도가 지나도 별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누구나 젊은 시절 친구들 끼리 모여 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하며 날밤을 샜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별로 힘들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커피전문점에서 이렇게 모여서 공부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촉진’이라는 이론으로 100여 년 전부터 연구해 왔다. 1898년 미국의 심리학자 노먼 트리플렛(Norman Triplet)에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는 사이클 선수들이 혼자 훈련할 때 보다 여럿이 모여 훈련할 때 훨씬 성과가 좋게 나온 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후 사회 심리학자인 플로이드 올포트(Floyd Henry Allport)가 1924년 ‘사회적 촉진’이라는 용어를 정립 시켰다. 올포트가 정의한 ‘사회적 촉진’ 이론은 서로 조금 다른 인상을 풍긴다. 여럿이 사이클 훈련할 때는 남들이 지켜보고 동료와 경쟁의식이 생겨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고, 후자는 직접 경쟁관계는 아니더라도 단순히 다른 사람의 존재로부터 비롯된 시각, 청각적 자극덕분에 능률이 향상되는 것을 의미 한다. 커피 전문점에서 공부하는 경우는 후자의 개념에 가깝다.

‘단순 노출효과’를 정립한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는 사회적 촉진 개념을 확실하게 하는데도 많은 기여를 했다. 그는 단순하고 익숙한 일을 할 때는 주변 자극이 많으면 많을수록 능률이 올라가지만 복잡하고 처음 접하는 일을 할 때는 그 반대로 ‘사회적 억제’라는 능률이 저하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이언스는 ‘활성화 이론’으로 이를 설명한다. 주변이 시끌시끌한 자극은 객체의 각성 상태를 상승 시키고 단순 과업일 때는 각성 정도가 증가될수록 능률은 오르지만 그만큼 개체에서 충분히 숙고하고 학습된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에 과업의 질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발표된 이론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미국 아이오아 대학의 로버트 배런(Robert Barron)은 ‘주의 산만 갈등 이론’을 제안했다. 외부 자극이 많아지면 그만큼 산만해 지는데, 이는 동시에 각성상태를 유지하는데도 함께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각성 상태만으로도 달성할 수 있는 단순 과업이라면 능률이 향상 된다고 본다. 

사회적 촉진은 일이나 공부하는 데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회적 촉진 현상이 적용된다는 것을 발견해 냈다. 어린아이는 물론 성인들 역시 함께 모여 TV프로나 공연을 보면 더욱 많이 웃고 감동역시 많이 받는다. 그리고 식사도 혼자 할 때보다 여럿이 함께 식사를 하면 훨씬 많이 먹는다고 한다. 혼자 듣는 인터넷 강의도 비록 모니터 앞에 혼자 있지만 단순히 동영상을 틀어 주었을 때보다 동시에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이 실시간 피드백 내용을 올려주면 집중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가상의 사람들이 함께 있다는 자체가 사회적 촉진을 일으키는 긍정적 사고가 들게 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사회적 촉진에 길들여진 현대 사회가 긍정적 효과만 준다고 볼 수만은 없다. 진정으로 고도의 창조적인 연구를 하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진지한 일을 해내야하는 사람들은 혼자서 집중하며 해내야 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는 이미 직장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메신저로 글을 띄우고 스마트 폰으로 친구들의 현황을 확인하는 일이 일상화 되어버렸다. 우리는 항상 나만의 공간을 원한다고 말로는 하면서도 실제로는 고독을 두려워하며 우리 마음이 공중에 떠있으면서 제자리가 어디인지 잘 모르고 살고 있지나 않는지 점검해 보자.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