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퍼센트의 법칙이 무엇인가?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10여 년 전 만들어낸 말이지만 지금은 어떤 분야든지 반드시 1퍼센트는 아니지만 일부 극소수의 사람들로 인해 전체 판도가 흔들리는 경우를 가리켜 ‘1퍼센트 법칙’이라고 부른다. 

이 법칙은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 네이버에서 댓글을 작성한 사람은 전체 회원의 0.8퍼센트에 불과했지만 영향력은 대단했다. 6개월간 네이버 뉴스에 단 한건이라도 댓글을 단 사용자는 175만 명 이었지만, 1,000개 이상을 단 아이디는 약 3,500개에 불과했다. 전체 인터넷 사용자 대비 0.008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이 전체 댓글 여론에 향방을 가른 셈인데 이런 일 때문에 ‘댓글 조작 사건’이 일어난다. 

되도록 많은 시민의 참여는 민주주의사회 정치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한 전제조건 이지만 ‘1퍼센트의 법칙’과 ‘참여의 딜레마’가 말해준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참여는 말처럼 쉽지는 않다. 영국 작가 오스트 와일드(Oscar Wilde)에 의하면 “참여는 자유로운 저녁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는다.”고 했다. 물론 노력도 요구되는 일이고 먹고 살기 바쁜 이 시대에 시간과 노력은 돈하고 직결되는데 그들에게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목돈을 내 놓으란 말이나 마찬가지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이라도 스스로 열정이 없으면 참여하기란 성가시고 귀찮은 일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정치적 신념을 거의 종교화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종교적 열정으로 뭉친 이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수고를 아낌없이 내주는 순수주의자 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순수성이라는 이른바 ‘도덕적 면허’를 내세워 정치적 반대파에 법과 윤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호전적 공격성 까지 거침없이 보인다. 보수 진보할 것 없이 집단이 된 이런 극열 강경파는 대략 1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렇게 작은 소수파 이지만 지배력과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뜨거운 정열로 굳게 뭉친 그들은 참여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비해 일당백을 넘어서는 영향력을 행사하며 결과도 그렇게 일당백으로 크게 나온다. 

이를 잘 보여준 실례로 2009년부터 수년간 미국 정치를 흔들었던 우익 포퓰리즘 운동 단체인 티파티(Tea Party)다.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티파티에 찍힐까봐 벌벌 떨 지경이었다. 공화당 일각에선 “티파티에게 더 이상 휘둘려선 안 된다.”고 불만이 들끓었지만 누구도 직접 공개적으로 나서지는 못했다. 그래서 미국 언론은 “누가 공화당을 대표하는가?” 라는 의문을 제기 하기도 했다. 

이런 의문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남의 일 같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우리 일부 정당들에게 똑 같이 적용해 볼 수 있다. 2019년 2월 자유 한국당이 2퍼센트의 태극기 부대에 휘둘린 게 그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자유 한국당 내에서도 불만이 쏟아졌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태극기 부대에 휘둘리는 일이 벌어지자 보수 언론에서 조차도 한국당은 폐업 밖에 없다고 개탄해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을까? 그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이런 ‘참여 격차’ 문제에 대해 연구 해왔지만 딜레마라는 애매한 진단을 넘어서는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무슨 획기적인 수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이론적으로는 듣기 좋게 ‘다양성이 살아있는 광범위한 참여’라고 말하지만 이론일 뿐이다. 사실상 기존 정치에 가장 큰 피해자로 보이는 청년들이 손가락질만 하지 말고 정당으로 들어가 당원자격으로 시대에 맞춰 개혁하자는 주장이 한 가지 대안이라면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이 대안 역시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시도가 있어서 얼마나 실천이 되고 발전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로 보인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자 들을 당원으로 끌어 들이는 데는 무엇보다도 적극적이다. 이른바 쉬운 팬덤 정치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당은 같아도 자기 패거리가 아니면 관심도 두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군 으로 간주한다. 이를 잘 아는 중도를 표방한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좋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치 평론가들은 청년들의 정치 참여와 관련해 이렇게 지적한다. 당에서 오래 활동한 친구들은 ‘정치 낭인’ ‘구태 정치꾼’으로 낙인찍히는 일이 벌어지고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로스쿨에 가거나 알아서 당이 영입하고 싶은 인재가 되어 들어오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정당에서 보수 진보를 떠나 낮은 자세로 “제발 우리를 바꿔 달라.”고 호소하면서 당원가입을 요청하는 캠페인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기회만 있으면 정치를 독식하려는 냄새가 농후한데도 광범위한 참여는 실현되기 어려운 꿈인가, 이것이 딜레마가 아닌가 싶다. 

지금 우리가 보는 1퍼센트의 법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기보다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팸덤 즉, 패거리 정치에 가깝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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