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얼굴을 붖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처럼/나는 내 시가 당신의 얼굴 한쪽을/물들이기를 바랐습니다/나는 내 노래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당신을 물들이고/사라지는 저녁노을이기를/내 눈빛이 한번만 더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저녁 종소리이길 소망했습니다…

도종환의 시 ‘저녁노을, 당신도 물들고 있습니까’의 한 대목이다.

노을은 시나 노랫말의 소재로 곧잘 등장한다. 해질 녘 지평선 저쪽의 먼 하늘을 선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풍경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출뿐만 아니라 일몰의 장관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다. 어둠을 뚫고 불덩이처럼 치솟는 일출이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노을 진 일몰의 풍경은 고즈넉한 성찰과 정화의 느낌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하루가 닫혀가는 노을 풍경은 그래서 새로운 아침을 꿈꾸는 지혜의 시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프리드리히 헤겔은 그의 명저 ‘법 철학’에서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 날아오른다”는 말을 남겼다. 부산한 움직임을 끝낸 황혼녘에 가서야 그동안의 시행착오들을 되새기며 참된 지혜를 얻게 된다는 비유다.

영광이 ‘노을 관광 1번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희소식이 전해진다. 칠산 타워, 백수 해안도로, 노을 전시관 등이 명품 노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관광 코스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보는 낙조 체험의 1등 코스인 백수 해안도로는 이미 정부가 선정하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자연경관대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한 바가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 관광은 싸이트씨잉(sightseeing)으로 표현된다. 말 그대로 관광산업은 결국 경관을 파는 것이다. 영광의 노을 브랜드는 사색의 시간을 체험한다는 인문적 의미까지 곁들어 있는 것이어서 격조가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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