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와 비슷하면서도 의미는 조금 다른 말이다. 여기서 말한 임갈굴정(臨渴掘井)은 미리미리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일이 닥친 뒤에 비로소 서두르는 것을 비유적(比喩的)으로 하는 말이다.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노(魯)나라 소공(召公)이 노나라를 버리고 제(齊)나라에 몸을 의탁(依託)한 일이 있었다. 제나라 경공(景公)이 물었다. “소공은 나이도 어린데 어째서 나라를 버리게 되었소?” 소공이 대답했다. “내가 어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 주었습니다만 내가 그들과 친근(親近)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간(諫)했지만 내가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안과 밖으로 나를 보좌(補佐)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보좌해 줄 사람은 하나도 없고 아첨(阿諂)하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이는 마치 가을에 쑥 포기와 같아, 뿌리는 하나인데 지엽(枝葉)이 무성(茂盛)하여 가을바람이 불면 뿌리가 뽑히고 마는 것입니다.”

경공은 그 말이 옳다고 보고 안자(晏子)에게 말했다. “이 사람을 자기 나라로 돌려보내면 옛날의 군주처럼 현명(賢明)하게 되지 않겠소?” 안자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무릇 어리석은 자는 후회(後悔)가 많고, 불초(不肖)한자는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 합니다. 대저 물에 빠진 사람은 수로(水路)를 살피지 않았기 때문이며 길을 잃은 사람은 길을 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에 빠진 후에 수로를 찾고, 길을 잃은 후에 길을 묻는 것은 병란(兵亂)을 당해서야 급히 병기(兵器)를 만들고, 음식을 먹다가 목이 메서야 급히 우물을 파는 것과 같으니, 제아무리 빨리 한다고 해도 때는 이미 늦은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5척(尺) 단구(短軀) 안자(晏子)가 썼다는 ≪안자춘추(晏子春秋)≫ <내편> 「잡상」에 나오는데, 힘든 고난을 당해 봐야 병기를 만들고, 음식을 먹다가 목이 메서야 우물 판다는말에서 임난주병임갈굴정(臨難鑄兵臨渴掘井)이 유래했다. 임갈굴정은 갈이천정(渴而穿井) 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황제내경≫(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의학서) 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병이 이미 깊어진 뒤에야 약을 쓰고 어지러움이 이미 심해진 뒤에야 다스리려고 하는 것은 목이 마르고서야 샘을 파고 싸울 때가 돼서야 무기(武器)를 만드는 것과 같으니 역시(亦是) 때늦은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학창시절(學窓時節)에 미리미리 평상시에 유비무환(有備無患) 식으로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막상 코앞에 시험이 왔을 때 이른바 벼락공부 하는 것이 여기에서 말한 임갈굴정이다. 무슨 일 이든지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처리해야 졸속(拙速)으로 되지 않고 원만(圓滿)하게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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