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정말로 용을 잡는 기술자가 있다면 이 시대에 어떤 대우를 받을까? 누구도 갖지 못한 기능 보유자라고 부러워할까, 아니면 아무데도 쓸데없다고 거들떠보지도 않을까? 물론 답은 후자일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 고사는《장자(莊子)》잡편(雜篇)32 열어구(列禦寇)편에 나온다. 주(周)나라 때 주평만이란 사람이 용 잡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지리익(支離益) 이라는 기인(奇人)을 찾아갔다. 천금이나 되는 재산을 주고 3년 만에 용을 잡는 방법을 완전히 깨우쳤다. 자못 어깨에 힘을 주고 의기양양하게 고향으로 돌아왔다. 며칠 후 마을 사람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용 잡는 방법을 자랑했다. 용의 머리를 잡고 어디에 급소를 어떻게 누르고, 무슨 칼을 써서 배를 가르는지에 대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든지 알아듣기 쉽고 더욱 실감나게 손짓 발짓 해가며 재미있게 설명했다. 

많은 가산을 탕진해가며 어려운 기술을 습득한 주평만을 보려고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경청하며 박수를 보내면서 존경하기도 했다. 한참 동안 넋을 놓고 몰입해서 보고 있는데 마을 사람 중에 한사람이 갑자기 의기양양한 주평만에게 물었다. “당신이 배웠다는 용 잡는 기술 잘 보고 설명도 잘 들었소. 그런데 언제쯤 당신의 그 기이한 기술을 실제로 아무도 익히지 못한 용 잡는 상황을 볼 수 있겠소?” 도도했던 주평만을 대꾸할 말이 없었다. 

물론 여기에 나오는 주평만이나 지리익은 장자가 만들어낸 가상(假想)의 인물이다. 장자가 하고 싶은 말은 ‘성인(聖人)은 세상에 필요한 것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속에 다툼 같은 것이 없고, 범속(凡俗)한 사람은 필요하지 않는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마음속에 다툼이 많다. 그런 다툼을 그대로 행하기 때문에 구하는 것이 있는 것이니 그 다툼을 믿고 행하게 되면 결국은 망하게 된다.’고 가르치기 위해 한 말이다. 

여기에서 말한 ‘도룡지기’는 참된 도를 깨우치기 위해서는 인간사의 기준으로 사물을 가르지 말라고 가르친다. 오늘날에도 뭔가 대단해 보이는 기술 같아 보이지만 용이 현실에서 존재할리 없으므로 실제로는 쓸데없는 재주를 말한다. 이론으로는 최강이고 최고인 것 같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형편없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어 보인다. 

용을 들어서 말을 했지만 장자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천지 만물의 도를 인간이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지식(智識)을 떠나 도(道) 그 자체에 몰입할 때 비로소 가능해 진다고 보았다. 누구든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어도 그것을 실제로 사용할 수 없다면 그것은 결국 쓸모가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열어구편은 이런 인위적인 지(知)를 떠나 참된 하늘의 지식을 터득하는 것에 관한 일곱 개의 설화(說話)로 구성되어 있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