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칼럼니스트 자기계발서작가

동양에서 효행을 실천한 이야기는 많이 있다. 손순(孫順)은 중국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나라 신라(新羅)때 효자로 42대 흥덕왕(興德王)시기 사람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난함 속에서도 어머니를 극진히 모신 효자로 알려져 있다. 

부부에겐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할머니 입장에서 얼마나 손자가 귀여웠겠는가. 매 끼니때마다 겨우 차려주는 밥상에서 빼앗아 먹는 아들이 골칫거리였다. 하루는 부인이 남편에게 말했다. “아이는 다시 얻을 수 있으나 어머니는 다시 구할 수 없소. 아이가 매일 어머니 음식을 빼앗아 먹기 때문에 굶주림이 너무 심하오. 그러니 아이를 땅에 묻어 어머니를 배부르게 해야겠소.”이 말을 옳게 여긴 부부는 다음날 아이를 업고 뒷산에 올라가 아이를 묻으려고 땅을 파는데 무엇이 걸려 더 깊이 파 보았더니 돌로 된 종이 나왔다. 

아이의 복(福)이라 여겨 묻지 않고 석종(石鐘)과 함께 업고 내려왔다. 이 석종을 대들보에 매달고 쳐보니 은은한 소리가 멀리까지 퍼져 마침내 대궐에까지 들렸다. 흥덕왕이 이 종소리를 듣고 무슨 사연인지 알아오게 했다. 전후 사정을 들은 왕은 집 한 채와 매년 벼 50섬을 내리고 효성을 칭찬했다. 살기가 넉넉해진 손순은 옛집을 희사해 홍효사(弘孝寺)라 칭하고 석종도 잘 간직했다. 일연(一然)이 쓴 《삼국유사(三國遺事)》〈효선(孝善)편〉에 전하는 이야기인데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실려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이야기다.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의 행위로는 간절한 효행의 보답으로 생각된다. 이 이야기는 효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부모를 존경하고 돌보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임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손순의 효심이 단순히 부모를 부양하는 의무를 넘어선 깊은 애정과 헌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인다. 현대사회는 당시와 비교해 물질적으로 풍성해 졌지만 개인주의가 팽배해 지면서 전통적인 가족가치관이 흔들리고 있음을 자주 본다. 부모를 공경하고 돌보는 일이 자식으로서 당연한 의무로 여겨야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점점 부담스런 일로 인식되기도 한다. 

‘손순매아’의 이야기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는 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효는 단지 물질적으로 돌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모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삶의 근본적인 가치다. 사람은 누구든지 어른이 되며 늙어 간다. 자식들이 보고 배우며 내가 부모님께 효도한 만큼 늙어서 효도를 받게 되는 것은 법칙과도 같다. 물론 내가 받기위해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효도는 자신의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상기해야할 필요가 있다. 

부모를 포함한 어른을 공경하는 효심은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더욱 따뜻하고 풍요롭게 되어가는 길임을 우리는 이 이야기 속에서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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