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 전국의 대학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반을 넘긴 476표(50.9%)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과이불개는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뉘우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을 잘못이라고 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였지만, 지금 민주당의 당 운영이나 호남지역을 대하는 모든 면에서 시의적절한 표현이라서 되새겨 본다.

호남인들은 민주당을 한없이 사랑해 왔다. 호남인들에게 민주당은 해태타이거스와 함께 삶의 애환을 넘어 최후의 자부심으로 여겨 왔다. 오죽했으면 부지깽이만 꼽아도 당선된다는 비아냥거리는 비판 속에서도 주저함 없이 사랑하고 또 사랑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서슬 퍼렇던 군사독재 시대에도 민주주의를 굳건히 지켜왔고, 서민정당으로서 민의를 충실히 대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세상은 여지없이 흐르고, 정치 지형은 촌각을 다투면서 요동을 치고, 호남인의 정치적 감각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높아졌다. 민주당에 대해 맹목적으로 퍼 주었던 일방적인 짝사랑은 이제 시효를 다 해가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민주당은 호남지역에서 독점적 정당 체제를 유지해 왔다. 차라리 군림해 왔다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다.

오는 10월 16일은 영광군수 재선거가 있는 날이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이렇게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던 선거 사례가 없었다. 대통령 선거를 방불케 할 만큼 양대 정당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 대표들이 진두지휘하는 이례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물론 양당의 대표가 들락거리면서 민심잡기에 혈안이다. 하지만 일련의 재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은 도를 넘고 있다.

민주당은 호남에서 일군 큰 업적에도 불구하고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곤 했다. 이번 군수 재선거를 통해 보여 준 권위주의적이고, 지역민의 민의를 도외시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여기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영광에서 개최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군수 재선거를 “정권에 다시 회초리를 들어 책임을 묻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표현이다. 군수 재선거가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분명한 건 전임군수의 잘못으로 인해 재선거를 치르고, 이에 따라 막대한 인적·물적 소모를 오롯이 군민이 감내해야 하는 선거다.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흩어진 민심을 다독이고 민주당의 세 결집을 노리려는 구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호남인은 평상시에는 장삼이사로 살아가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는 분연히 일어나 국난을 극복해 왔다. 회초리는 군민이 들어야 하고, 정작 회초리를 맞아야 할 상대는 호남의 여당 즉, 민주당이다. 언제까지 달라고만 보챌 것인가. 어린애들도 때가 되면 그 달콤한 엄마 젖을 떼고 이유식을 하지 않던가.

고인 물은 썩고, 역사는 진보한다. 그동안 영광은 군수가 군민의 안위를 염려해도 부족할 판에, 군민이 군수직 유지를 걱정해 오곤 했다. 새옹지마라고 이번 군수 재선거가 향후 호남 정치를 견인해 나갈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본다. 민주당은 자생적 정치 역량을, 호남인은 선진 시민의식을 키워나갈 절호의 기회다. 혹자는 조국혁신당의 출현으로 호남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호남에서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은 들어서지 말라는 말인가. 우리가 오늘 내린 결정은 결국 내일을 위한 것이다. 호남의 정치발전을 위해 인물 중심의 선거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민주당은 또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칠 것인가. 처절한 자기반성과 선명성 그리고 수권정당으로서 정책 대안 없이는 더 이상 호남에 기대서는 안 된다. 조국혁신당의 출현으로 중앙의 정치 지형이 바뀌고, 호남에서의 지역 정치도 양강 구도를 형성해 가고 있다. 민주당은 시대의 흐름에 변화하지 않으면 쇠락한다는 역사적 진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하여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적 화두 앞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상생의 시너지효과가 공동 번영을 이뤄 정권교체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하여,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많은 군민은 민주당의 온당하지 못한 결정에 헤어질 결심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본다. 민주당에 애정이 어린 충고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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