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범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포로나 인질들에게 동화되면서 동정심을 가지고 본래의 공격적인 태도를 거두는 비이성적인 현상을 말하는 심리학 용어다. 

이 용어는 페루(Peru)의 수도 리마(Lima)의 명칭인데 1996년 페루의 반정부조직 투팍아마루 혁명(MRTA) 요원들은12월 17일 일본 대사관을 점거했다. 이 혁명군은 이듬해 4월22일까지 126일간 400여명의 인질들과 함께 생활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군들은 일부 봉쇄를 완화시켜 인질들이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을 허용하고 의약품이나 의류용품 반입을 허용해 주었다. 

종교의식도 일부 허용해주면서 요원들은 인질들에게 자신의 신상을 털어놓기도 했다. 14명의 요원들은 인질들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점차 그들에게 동화되는 모습으로 변모해 갔다. 페루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결국 반군 14명은 모두 사살되었다. 사건이 끝나고 심리학자들은 사건이 일어난 페루의 수도 리마의 이름을 따서 범인이 인질에게 동화되는 현상을 ‘리마 증후군’이라고 명명했다.  

리마증후군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한데 몇 가지로 구분해 본다면 첫째, 인질범들은 인질을 오래 접하게 되면서 그들이 단순한 대상이 아닌 감정과 인격을 지닌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인질범이 인질의 인격과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심리적 공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인질범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죄책감이나 도덕적 갈등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적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하면 인질들에게 해를 가하는 것을 꺼려하고 그들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점차 바뀐다. 

리마 증후군은 인질 상황에서의 역동적이고 복잡한 인간적 심리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인질범들은 처음에는 자기의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인질을 잡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질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이 변화하고 결국 인질에 대해 보호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는 인간의 심리적 유연성과 공감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극한 상황에서 조차도 인류애가 발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리마 증후군은 일상적인 상황은 아니며 인질 상황이라고 해서 항상 발생하는 일도 아니다. 이는 특별한 조건과 심리적 요소들이 맞물릴 때 발생하는 예외적 상황이다. 인질범의 심리상태 인질들과의 상호작용 그리고 외부 압력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리마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리마 증후군을 이해하는 것은 인질 협상과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협상 전문가들은 이러한 심리적 변화를 인지하고 이를 활용해 인질 사건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한다. 인질범이 인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면 협상가는 이를 이용해 인질의 안전을 보장받고 사건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이러한 심리 현상은 우리에게 인간의 복잡한 심리구조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존재임을 리마 증후군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리마 증후군은 실제 사례를 보면서 인간의 감정과 ‘도덕적 딜레마’ 사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심리 현상이다. 인질범들이 인질들에게 감정이 이입되면서 발생하는 심리적 변화는 인질사건이 있을 때마다 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공감능력은 비록 범죄적인 상황에서 발생했더라도 결국 인간이 가진 본연의 따뜻함과 연결됨을 나타내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범죄 심리학에서 이와 반대되는 ‘스톡홀름 증후군’이 있다. 인질이 인질범들에게 동화되어 자신들을 볼모로 잡은 범인들에게 호감과 지지를 나타내는 납득하기 어려운 심리 현상을 말한다. 1973년 스웨덴(Sweden) 스톡홀름(Stockholm)에서 은행에 침입한 4명의 무장 강도가 은행직원들을 볼모로 잡고 6일간 경찰들과 대치하면서 처음 관찰되어 이름을 따 스톡홀름 증후군이 되었다. 리마 증후군과 정 반대되는 심리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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