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영광군이란 지명은 고려시대 태조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광의 의미는 ‘신령스러운 빛의 고을’로, 자연의 영묘한 빛이 반짝이는 지역이란 뜻을 담고 있다. 

신재효의 호남가에서는 더 명확하게 우리 고장을 노래하고 있다. ‘함평천지 늙은 몸이’로 시작하는 호남가는 판소리계의 거장 신재효가 만들고 명창 임방울이 불렀다. 호남가는 그 시절 호남의 54개 지명과 특징을 차례로 엮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우리 고장을 ‘서일(瑞日)은 영광(靈光)이라’고 노래했다. 또 다른 사료는 ‘서기(瑞氣)는 영광(靈光)이라’고도 불렀다. 필자의 견해는 상서로운 햇빛과 상서로운 기운이 같은 뜻이라고 보며, 이러한 보이지 않는 기운이 영광의 하늘과 땅에 한가득 머물러 있다는 뜻으로 본다.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하고 존귀한 무형의 자원이다. 우리 조상들이 그 지역의 특성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식견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지방자치가 우리 땅에 뿌리를 내린 지도 30년이 넘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도 산다’라는 현수막이 전국 방방곡곡에 넘쳐났다. 하지만, 지방의 자생력을 키우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착근시킨다는 근본 취지와는 무색하게 이제는 지방의 소멸, 지역의 소멸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인구 유출에 따른 지역의 생산성 감소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혹자는 저출생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이는 지방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현상으로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 지방의 인구 감소는 저출생보다 대도시로 직장을 찾아 떠나는 인구 유출이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한때는 활기 넘치던 구도심의 일부 상가 거리가 ‘임대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상가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임대를 내놓는다는 광고 표지판을 붙여놨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니 가슴이 저며온다.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이 고루 잘 살 수는 없는 걸까? 정부는 거점별 메가시티를 운운하지만 메가시티 밖에 존재하는 시군은 또 어쩌란 말인가. 

해답은 때론 아주 쉬운 곳에서 풀리곤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영광의 지명에 걸맞는 자원을 활용한 산업정책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과거 신령스러운 빛은 자연 그대로의 햇빛이었지만, 현재와 미래의 빛은 첨단산업을 선도해 나갈 빛 에너지의 총아로 불린다. 

다시 말해 상업의 대동맥인 다양한 유형의 전력산업의 개발과 보급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영광군이 헤쳐나갈 에너지정책에 대한 소견을 두 가지 관점에서 제안한다.      

먼저, 원자력발전소의 효율적인 운용 지원과 연관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전 세계 30여 국가에서 400기가 넘는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6기가 가동되고 있으나, 2기는 마무리 단계다. 또 4기를 건설하고 있어 원전 강국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영광지역은 총 6기가 가동되고 있으며, 이 중에서 1, 2호기의 가동 연장이 첨예하게 맞물리고 있다. 원자력의 안전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지만 이를 볼모로 한 무조건 반대 또한 있어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및 운용 수준은 가히 세계적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해외시장에서 미국과 유럽의 유수 회사들을 제치고 입찰에 성공하는 사례들을 많이 봐 왔다. 또한,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엄격한 통제하에 운용되고 있으므로 최대의 안전성을 담보로 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1, 2호기 가동 연장은 군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 담보다. 국제기구의 기술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특히 한빛원전에서 배출되는 온배수 등의 영향으로 인해 조업구역 축소와 어획량 감소를 호소하는 어민들의 요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숙의 과정을 거친 뒤 공론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미 잊힌 얘기지만 우리 지역은 원자력 방폐장 유치를 놓고 큰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정부는 지난 1983년부터 9번에 걸친 방폐장 부지를 확보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안전 문제를 우려한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주민들의 설득도 실패했다. 결국 경주시가 침체한 지역 발전을 이유로 유치에 성공했다. 3,000억 원의 지원금까지 받았다. 지역경제에 미친 파급효과에 대해 필자는 아직 아는 바 없다. 하지만 경주시는 최종적으로 완공되면 이를 관광자원화 한다는 계획이라 한다. 중저준위 방폐장은 방사능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준위 폐기물만을 처분할 수 있는 처분시설이다. 

현재 완공된 경주의 1단계 처분장은 아시아 최초의 동굴식 처분장이며, 2015년 3월부터 본격 운영되고 있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은 2015년 5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방폐물안전협약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됐고, 1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터널지하공간학회에서 2015년 세계 최고의 지하터널로 선정되어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 지역은 전체 원전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큰 울타리안에서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중저준위 방폐장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과 행정당국의 조정능력 그리고 이를 공론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선진시민으로 깨어있는 숙의문화를 기대해 본다.

다음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에 따른 에너지정책의 개발이다. 에너지 시대, 디지털 시대에 전기는 산업의 총아로 최상의 쌀이 되고 있다. 전기의 경쟁력이 곧 산업의 경쟁력인 시대에 살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중요성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미 전력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거기에 초거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가세할 태세다. 그럼, 전기는 어디서 생산해서 어디로 공급해야 하는 걸까? 전기 잡아먹는 하마인 초거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는 해마다 늘어나는데 수도권에서는 필요한 전기를 생산할 능력도 공간도 없다. RE-100을 충족하기 위한 재생에너지는 더욱더 그렇다.

이런 이유로 호남과 영남 등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선로의 개발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고 초고압 송전선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갈 지방 주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현재 한전은 국가 전력망 안정화를 위해서는 전기의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하고 그를 위해 송전선로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남 신안과 전북 서남권의 해상 풍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양이 10기가를 넘고 있다. 1기가는 원자력발전소 하나가 생산하는 에너지의 양이다. 원자력발전소 10기에 맞먹는 이 막대한 양의 전기를 다른 곳으로 빼내지 않으면 전체 전력망에 심각한 장애가 올 수 있다고 한다. 영광지역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의 최적지로 인근 해역에 3.2GW 해상풍력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올 6월 14일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의 도입이다. 전력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해당 지역에서 사용하는 이른바 지산지소(地産地消)다.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전기사용자와 분산에너지 사업자 간 전력의 직접거래가 허용되고 예산지원 및 정책금융 제도도 이뤄진다. 

수도권에 있는 전력 먹는 하마인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기업의 이전 유인 효과를 볼 수 있다. 태양광 수소연료 전지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기업 유치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해결책은 하나고 간단하다.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기업이 전기를 생산하는 지방으로 내려오면 된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아름다운 과제도 덩달아 풀 수 있고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경제도 살아날 기회가 된다.

오늘 우리가 내린 결정은 결국 내일을 위한 것이다. 온 세상에 널려 있는 자연자원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이름하여 공공재이다. 따라서 자치단체는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자원화해 주민의 소득 또는 복리증진에 이바지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지역의 자연자원, 사회, 산업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속가능한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창출하고, 군민들의 삶의 만족도 향상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여기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는 오롯이 공공의 목적과 보편적 복지에 사용되어야 한다. 명창 임방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온 누리에 울려 퍼지길 기대해 본다. ‘서일(瑞日)은 영광(靈光)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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