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法)과 정의의 수호자 ‘미란다 원칙’은 법의 세계에서 단순한 개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모든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 앞에 평등해야 하며 누구나 법의 적용을 받을 때는 공정한 절차와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이 존재한다. 이러한 법적 원칙을 구체화한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미란다의 원칙’이다. 이 원칙은 미국에서 시작은 되었으나 그 상징적 의미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전 세계 법치의 근간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미란다 원칙의 기원은 1966년 미국의 에르네스토 미란다(Ernesto Miranda)라는 범죄자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1966년 미국 연방 대법원 판결에 의해 확립된 형사법 원리다. 1963년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시 경찰은 당시 21세였던 멕시코계 미국인 에르네스토 미란다를 납치 및 강간 혐의로 체포했다. 미란다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의 한 영화관 앞에서 18세 소녀를 강제로 자동차에 태운 뒤 사막으로 끌고 가 강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당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0대부터 전과자가 된 미란다는 경찰로부터 의심받을 여지가 충분했다. 경찰서로 연행된 미란다는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한 상태에서 2명의 경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처음에는 무죄를 주장했으나 약 2시간가량 심문이 계속되자 범행을 인정하는 구두자백과 함께 범행 자백 진술서를 자필로 쓰게 된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는 미란다가 자백을 번복하고 자필 진술서를 증거로 인정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애리조나 주 법원은 미란다의 주장을 무시하고 처음에 작성한 진술서를 토대로 최저 20년 최고 30년에 달하는 중형을 선고 했다. 이에 불복한 미란다는 애리조나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역시 유죄가 그대로 인정됐다. 이어 최후의 보루인 연방대법원에 상고를 청원하기에 이른다. 상고 청원서에서 미란다는 미국 수정헌법 제5조에 보장된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아도 될 권리와 제 6조에 보장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연방대법원은 1966년 5대4의 표결로 미란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유는 그가 진술 거부권, 변호인 선임권 등의 권리를 사전에 고지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판결은 형사법사상 가장 위대한 판결로 꼽히는 유명한 판결이다. ‘미란다 판결’이라고 까지 불리는 이 판결은 보수적인 미국인들로부터 거센 비난 까지도 감수해야 했다. 대법원이 범죄 예방이나 범죄 피해자의 권리보다는 범죄자의 권리를 더 존중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나온 비난이다. 

반발이 있음에도 대부분의 주정부 경찰들은 미란다 판결이후 연방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미란다 경고문을 만들기에 이른다. 수사관들이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심문할 때는 이 경고문을 반드시 미리 읽어 주도록 했다. 이 사건을 통해 1966년 미란다 경고는 헌법에 실리게 된다. 미란다는 이 판결이후 가석방을 받고 잠시 풀려났지만 범행을 목격한 목격자가 나타나는 바람에 결국 유죄판결을 받고 10년을 복역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0년 6월 26일 “미란다 판결은 헌법에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의회에서 제정된 미란다 판결의 효력을 번복하는 내용의 법률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란다 원칙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형사 절차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게 됐으며 각국은 이 원칙의 정신을 바탕으로 자국의 법률체계에 맞게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2000년 7월 4일 미란다 원칙을 무시한 체포는 정당한 공무 집행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이는 우리나라 사법부도 피의자와 피고인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하며 어느 누구도 법의 사각지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장치라 보인다. 

미란다의 원칙은 현대 법치국가에서 법과 정의가 어떻게 실현 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뒤돌아보게 한다. 단순한 규칙이 아닌 인권의 보호와 정의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제도로서의 미란다 원칙은 사회가 공정하게 운영되기 위해 모든 개인의 권리가 어떻게 보장 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대동소이하나 대표적인 미란다 원칙 고지문은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당신이 하는 말은 당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으며,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 가 가장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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