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은 지난달 23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영광 한빛원전 발전소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위한 부지 굴착 신고를 받아들였다.

조건부 의견으로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군민학습을 위한 정보제공 및 의견수렴 ○전문가·주민 등이 참여하는 설계중간보고, 설명회·토론회 개최로 안전보장 ○사용후핵연료 원전 내 임시저장을 영구화 하지 않음을 보장 ○임시저장에 따른 저장용량이나 기간 등을 고려한 지역지원금 지원 방안 제시 ○영광군의회, 주민대표, 한수원, 관계공무원 등이 참여한 협의체 구성·운영 등이다.
이는 1~2차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관련 지반조사 굴착행위의 신고 반려처분 사유 중 특별법 제정 이전 구체적인 소통 및 수용성 제고 방안 제출에 일정 등 정확한 방안제시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위의 조건부 의견으로 굴착신고를 승인했다. 

굴착 신고는 시설 공사에 앞서 설계를 위한 지반 조사 과정의 일환이다. 한수원은 2025년 시설 설계 완료, 2030년 시설 건설 완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작업 수행을 위해선 굴착 등 지반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가 지난 2021년 말 수립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기본계획에는 ‘부지 선정 절차 착수 후 20년 이내 중간저장시설 확보’하고, ‘부지 선정 절차 착수 후 37년 이내 영구처분시설 확보’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영광 한빛원전에 들어설 저장시설은 부지 선정 절차 착수 후 20년 이내 확보될 중간저장시설 운영 전까지만 사용될 예정다.

그러나 영광군민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중간저장시설 운영 전까지만 사용할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한수원측이 용역계약사와 맺은 계약서를 보면 건식저장시설은 50년 이상의 장기운영에도 그 성능이 유지되고 구조물의 건전성이 확보되도록 설계해야 하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처분장 부지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영광에 계속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광군은 고준위 임시 저장시설의 법적 정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 저장시설을 용인 하겠다는 것인가?

정부는 중·저준위처분장과 고준위중간저장 부지선정을 1986~2004년까지 9차례에 걸쳐 실패했다. 이에 국회 국정감사 시 권고에 따라 고준위와 중·저준위를 분리해 추진하기로 하고, 중·저준위 부지는 공모로 확보하고, 고준위 부지는 공론화를 통해 결정했다.

정부는 2005년 국회에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제정안을 제출, 국회에서는 조승수 의원, 이병석 의원 등이 제정안을 제출해 2006년 제정됐다. 

고준위와 관련 조항으로는 제6조의2(공론화 등) 1항에 ‘산업통산부장관은 기본계획수립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등 사회적갈등이 예상되는 사항에 대해 이해관계인, 일반시민 또는 전문가 등으로부터 광범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수 있다.’와 ‘5항에 위원회는 활동기한이 종료되는 경우 의결을 거쳐 산업통상부 장관 및 원자력진흥법 제3조의 원자력진흥위원회에 권고안을 제출할 수 있다. 이 경우 산업통산부장관 및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라고 명시 돼 있다.

 21대국회에서 제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이하, 고준위법) 중 김성한, 김영식의원안을 보면 문재인정부의 재검토위원회에서 권고한 내용에 따라 관리위원회를 중앙행정기관의 지위로 한 반면에 이인선의원안은 중앙행정기관이 아닌 일반행정위원회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고준위법이 21대 국회의 임기만료에 따라 자동폐기 됐고, 22대 국회에서 김성한의원 등이 고준위법을 재 제출했다. 그 내용을 보면 정부 조직 비대화에 대한 관계부처의 우려(행정안전부)를 고려할 때 일반행정위 신설이 현실적이며, 위원회 구성 이후 5년 이내에 독립적중앙행정기구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일반행정위를 수용했다. 

그 동안 영광군을 포함한 한수원 행정기관이 한수원 문제를 공동대응하기 위해서 구성된 한수원 소재 지자체에서 수차례에 걸쳐 국회에 의견을 제출하고, 기자회견 등을 거쳐 독립적중앙행정기구로 고준위법 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특히 야당인 김성환의원조차도 일반행정기구를 수용해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원자력안전법에 의한 임시저장시설 설치인지. 국회에 계류중인 고준위법에 의한 임시저장시설 설치인지에 대한 답변은 들은 것인지 이다.

한수원측은 2030년도에는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원전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임시저장 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설을 원자력안전법에 의한 관계시설로 할 것인지, 고준위법이 제정되면 고준위법에 의해서 할 것인지 어떠한 정책 결정을 하지 않은 채 영광군에 굴착 신고를 했다. 그렇다면 영광군은 어떤 법을 근거로 할 것인지에 대해 한수원의 의견을 정확히 들었어야 했다. 이는 추진과정에서 지역공론화를 해서 결정할 것인지 아니면 지역공론화 없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람 및 공청회 등을 통한 원자력법에 의한 주민의견수렴 절차만 할 것 인지다. 

영광군이 주민의견수렴 절차로 토론회 및 설명회를 한수원 측에 요구했으나, 이는 ‘법에 의한 강제사항이 아니어서 어떠한 것을 요구해도 그것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영광군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굴착신고서의 승인을 즉각 취소하고, 고준위법 통과 이후 법에 의한 지역공론화 이후에 추진할 것을 한수원 측에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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